6.25 정치범학살 美 비밀문서 공개AP통신은 21일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자행된 정치범 재소자들에 대한 처형 사건의 진상을 밝혀주는 미 육군의 1급비밀 문서의 주요내용을 보도했다. 다음은 1급 비밀문서들의 주요내용.
◇미국의 항의와 조치
대전과 대구 지역의 정치범 재소자 처형사건에 대해 미 육군 보고를 통해 인지하게 된 더글러스 맥아더 미 극동군 최고사령관은 참모에게 존 무초 주한 미 대사를 통해 처형이 적절한 것인지 여부를 파악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윌튼 워커 미 8군 사령관(중장)은 1950년 8월 18일 무초 대사에게 처형에 대한 미 육군의 보고서 사본을 동봉한 서한을 보냈다.
무초 대사는 같은 해 8월25일 워커 사령관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이 이승만(李承晩) 대통령과 신성모(申性模) 국방장관에게 불법적이고 비인간적인 즉결 처형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무초 대사는 또 날짜가 불분명한 서한(8월 25일 이후로 추정됨)에서 “나는 ‘Captain Shin’에게 한국 육군과 경찰, 청년단이 붙잡힌 적군과 게릴라들을 처형하는 것을 제대로 살피고, 적절한 법적 절차가 지켜지고 인간적인 방법에 의해서만 처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무초 대사는 서한에서 자신이 8월 23일 부산에서 직접 이 대통령을 방문해 이같은 우려를 전했고 이 대통령은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답을 했다고 덧붙였다.
주한 미 대사관은 무초 대사가 8월21일 신 장관을 만나 미군의 처형 관련 보고를 밝히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는 결과 보고 문서를 8월 25일에도 워커 사령관에게 보냈다. 이 문서에는 맥아더 사령관이 전쟁포로에 대한 인도적 조치를 북한군 지휘부에 제안한 시점에 이같은 처형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담겨 있다.
◇덕천 처형 현장 보고서 요지
1950년 8월 10일 서울 250㎞ 남동쪽 ‘Dokchon area’(현 대구광역시 달성군 덕산리)에서 한국군 현병들이 재소자 200-300명을 처형했다.
다른 미군 몇명과 함께 처형 현장을 목격한 미 육군 헌병대 조사관 프랭크 피어슨 상사는 자기 소속 부대장에게 다음날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군의 행위에 대해 “지극히 잔인하다”고 규정했다.
처형된 사람들중에는 여자들도 포함돼 있었고 12-13세 가량의 소녀도 한명 있었다. 한국 헌병들은 절벽 끝에 한번에 20명씩 몰아세운뒤 머리 뒷부분을 겨냥해 총을 쏘는 방법으로 처형을 진행했다. 처형된 시체들은 절벽 아래 계곡으로 밀어 넣었고 제대로 매장을 하지도 않았다.
피어슨 상사는 보고서에서 “3시간에 걸친 처형이 끝난뒤에도 몇명은 아직 죽지 않은채 울부짖고 있었다”며 “계곡 안에 쌓인 시체 더미 속 어디에선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밝혔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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