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소득분배 두토끼잡기 순항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3기 경제팀이 22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3기 경제팀은 태생적 배경(전 경제팀 각료들의 총선차출) 탓에 출범때부터 ‘선거용 경제팀’이란 인식이 깔려 있었고, 이로 인한 심리적 부담도 컸던 것이 사실. 그러나 경제가 선거에 휘둘릴 수 있는 불리한 환경속에서도, 안정기조를 다져 선(善)순환의 틀을 짜는데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제역 산불 파업 주가폭락등 악재도 많았지만, 대부분 돌발적 측면들이 강해 경제흐름 자체를 역류시킬 사안은 아니었다.
현 경제팀이 가장 공을 들여온 분야는 ‘저금리체제 구축’와 ‘소득분배개선’. 이장관은 취임초부터 저금리에 관한 한 강한 소신을 보였고, 그 결과 금리가 한자리수로 내려가는 성과가 나타났다.
인터넷·유통혁명이 일궈낸 미국식 장기호황모델에 관심을 가지며 ‘선제적 금리정책을 통한 경기안정’‘고성장과 저물가는 양립불가능하다’는 교과서적 접근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헌재식 경제운용법’에 대해 일부에선 ‘검증되지 않은 경제실험’이란 비판도 있지만 성장 물가 금리등 각종 지표로 본다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새로운 가능성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소득재분배 정책도 단순히 ‘빵을 주는 복지’가 아닌 ‘빵굽는 기술을 가르쳐주는(기술습득전까지는 빵도 주는) 복지’로 사고의 지평이 바뀌었다.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보다는, 서민·중산층들이 스스로 재산을 늘려갈 수 있도록 저축·우리사주·스톡옵션·연금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기부금 활성화시책은 ‘손가락질받던 부(富)’가 ‘존경받는 부’로 바뀔수 있도록 하는 좋은 테마였다는 평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강조한 ‘인간의 얼굴을 가진 시장경제’, 이장관이 말한 ‘따뜻한 시장경제’등 슬로건에서도 이같은 의미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3기 경제팀에겐 아직도 미완의 과제가 산적해있다. 거시적으로는 언제 올지 모를 인플레와 국제수지악화, 구조개혁부문에서는 투신구조조정과 공적자금투입, 재벌지배구조개선, 대우차등 부실기업정리등 미뤄 놓았던 난제중의 난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개혁의 피로감이 곳곳에 누적되어 있고, 주가가 민심을 떠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현 경제팀의 추진력을 잃지 않고 구조개혁과 경기회복, 빈부차극복의 세마리토끼를 어떻게 몰고갈지 주목된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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