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당선자들에게 듣는다-선거를 처음 치러본 소감은.
김성호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특히 상대후보가 근거없는 개인적 문제를 가지고 비방할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오세훈
전쟁을 치른 느낌입니다. 상대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 똑같이 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오를때가 한두번 아니었습니다.
송영길
흑색선전등 역기능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대중의 컨센서스를 도출하는데 선거만한 장은 없다고 봅니다. 대중의 ‘기(氣)’를 느꼈습니다.
장성민
개인의 잠재적 가능성을 발현시키고 단점을 교정하는 자아실현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원희룡 임종석
국회의원 한명 뽑는데 엄청난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가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쉽게 변절하거나 약속을 어겼을때 유권자들이 느낄 절망감을 생각하면 숙연해 집니다.
김영춘
두번째 치르는 선거였는데 정치변화를 바라는 욕구가 어느때보다 강했던것 같습니다.
-중진을 중심으로‘계보정치’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인데.
장성민
이른바 줄서기식 계보정치는 지양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견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김영춘 임종석
정치뿐 아니라 어느 분야든 같이 생활하다 보면 친소관계에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수직적 연대가 아니라 횡적 연대를 통한 소신과 정책을 공유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호
과거 민주화투쟁 과정에서는 야당의 일사불란한 대응을 위해 보스정치가 어느정도 순기능을 가졌을지도 모르지만 민주정치 아래서의 계보정치는 폐해가 더 큽니다.
오세훈
사람이 만드는 계보보다 생각이 만드는 계보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기능중심의 계보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원희룡
정치신인들은 상대적으로 계보로부터 자유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계보분류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마 계산착오가 될 겁니다. 굳이 따지자면 ‘국민계보’라고 해두죠(웃음).
송영길
서로 계보가 돼주는 것은 어때요. ‘임종석계보’는 어떻습니까(웃음).
-‘386’정치인들간에 정책공조 움직임이 있는데.
김성호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선후가 뒤바뀐 감이 있습니다. 초당적 협력도 좋지만 우선 소속당의 문제점부터 비판한뒤에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종석
당내 비판활동과 초당적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시민단체도 포함시키는 정치개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영춘
우선 당내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별 내용도 없으면서 젊은 당선자들이 마치 엄청난 일을 할 것처럼 과대포장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연대해 바꿔야할 부분이 있다면.
오세훈
크로스 보팅을 많이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정책사안에 한해 크로스 보팅을 도입,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김성호
정당민주화의 핵심은 공천의 민주화입니다. 점진적으로 상향식 공천으로 전환, 궁극에는 당원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하향식 공천의 수혜자라는 모순이 있지만 사실 그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크게 느꼈습니다.
김영춘
‘지금은 논쟁하고 토론할 때가 아니다’라는 식의 상황논리가 여전히 우세하고 이것이 정당의사결정구조의 왜곡을 가져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우선적으로 바꿔가야할 부분입니다.
-당론과 소신이 어긋날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오세훈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많이 고민하겠지요.
송영길
당의 사활이 걸린 핵심적 문제에 대해서는 어렵겠지만 정책 사안에 대해서는 크로스 보팅을 하겠습니다.
원희룡
크로스 보팅은 국회법이 보장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길이 없더라도 여러 사람이 다니면 길이 되는 법아닙니까.
-입법 보좌관을 도입하는 데 대해서는.
송영길
국회의원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은 꼭 필요합니다. 복잡한 사안의 경우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김성호
사회가 다원화하고 유권자들의 요구도 커졌습니다. 입법 보좌관은 꼭 증원돼야 합니다.
-정계 개편 논의도 활발하고 개헌론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데.
김영춘
여당이 무리하게 과반수를 만들려고 할 게 아니라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송영길
개인적으로 인위적 정계 개편은 반대 합니다. 야당도 물론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오세훈
개헌의 필요성은 충분히 제기된 상태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얘기 아닌가요. 정치적 목적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김영춘
4년 중임제는 반드시 돼야 한다고 봅니다.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중임을 보장해야지요.
김성호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나 민주당 이인제상임고문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다음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4년 중임제를 내걸고 그 다음 대선때부터 이를 도입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임기4년 동안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는 과제가 있나요.
송영길
공평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세법을 집중 연구하겠습니다.
오세훈
평가 주체가 사업 시행자로 돼있는 환경영향평가법을 반드시 바꾸겠습니다.
장성민
크로스 보팅, 표결실명제, 국회 소위원회 활동의 속기록 작성 의무화 등을 위해 힘쓸 생각입니다.
김성호
공천과정이 민주화 되도록 정당법을 고치겠습니다. 모든 법안과 정책에 대한 표결을 공개하도록 국회법 개정에 힘쓰겠습니다.
원희룡
국회내에서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회의 위상을 실질적 강화하는 데도 관심을 쏟겠습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386당선자에게 듣는다] 정치자금 고민 뾰족수 없어
좀처럼 거침이 없는 ‘신세대’ 정치인들도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서만은 조심스러웠다. 벌써부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총선기간 당 중진에게서 재정적인 도움을 받았느냐는 물음에 민주당 당선자들은 “격려 차원에서 조금씩 주는 경우가 있었다”(송영길) “중앙당에서 기본 경비를 지원해 줬다”(김성호) “10여년 정당생활에서 정분과 의리로 맺어진 사람들이 십시일반 성의를 표시하더라”(장성민) “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격려해줬다”(임종석)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선 김영춘 당선자만이 “총재 등 여러 분들이 도와줬다”고 말했을 뿐 오세훈 원희룡당선자는 “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해 대조적이었다.
이들에겐 의정활동을 해야 할 앞으로가 더 문제였다. 이 대목에서 유달리 심각했다. 정치에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방법론면에서 후원회 운영은 기본이고 ‘지구당원 당비납부운동 전개’(송영길) ‘지구당원에게 구·시의원 및 구청장 공천 권한을 주는 것을 전제로 당비 납부 독려’(김성호) ‘소액다수의 지역구민 중심 후원회 운영’(원희룡)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김영춘당선자는 “친구들조차 후원금 영수증을 받지 않으려 하고 한 달에 1만원을 내는 소액후원자도 초등학생 이름을 빌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야당’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앞으로 한 달에 얼마나 써야 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대부분 참석자가 판단을 유보했다. “대략 한 달에 1,000~2,000만원은 써야 할 것 같다”(원희룡) “의정활동을 6개월쯤 해야 알겠다”(장성민) 는 답도 나왔지만 나머지 당선자들은 “모르겠다”며 말을 흐렸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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