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결과 냉정평가없이 어정쩡한 분위기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총선전의 민주당과 총선후의 민주당은 영 딴판이다. 맺고 끊는 것 없이 뭔가 어정쩡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심지어 무기력 증세나 일탈 현상까지 나타나는 등 위기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재정(李在禎)정책위의장이 ‘미전향 장기수 북송’발언으로 결국 낙마한 것은 이런 ‘흔들림’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총선결과에 대해 “패배하지 않았으며 내용적으로는 승리했다”고 평가한 것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총선결과에 대한 자체 평가와 총선후 조성된 실제 정치환경 사이의 괴리가 위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관련,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말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때문에 총선 결과에 대한 냉정한 반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또 싫든 좋든간에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어정쩡한 분위기가 총선 결과를 발전적으로 담아 낼 당의 새로운 진용을 짜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이 어딘지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의 중심도 당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여야 총재회담이나 자민련과의 공조회복 문제 등에서 당이 확실한 장악력을 갖고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로 옮겨져서는 결국 남북정상회담에 전력투구해야 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부담으로 돌아갈 개연성도 높다.
당의 석연찮은 자세는 21일 이재정의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이의장 뿐만아니라 일부 당직자가 원내 진입에 실패하는 등 당의 면모를 일신할 당직개편의 요인이 분명히 있는 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당직 보완’이라는 신조어까지 써가며 정책위의장만을 교체하는 ‘땜질 인사’에 그쳤다.
일부에서는 6월 원구성과 맞물린 대규모 당직개편을 점치기도 하지만 오히려 9월 임시 전당대회까지 현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더 유력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 내에선 당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고 또 이런 작업이 실기한다면 당의 무기력증만 깊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