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지탱해온 외국인은 미 증시조정이 길어지면 순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20일 증권거래소가 1998년 7월20-8월29일, 1999년 8월25일-10월26일의 두 차례 미 증시조정기를 조사한 결과, 외국인은 조정이 길어지면 국내주식을 순매수해 자금을 회수하고, 조정이 단기에 그치면 매매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의 경우 나스닥지수 5,000선이 무너진 지난달 13일 이후 외국인은 순매수와 순매도를 되풀이, 비관도 낙관도 아닌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5월16일 미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금리정책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미 증시에 급등락 국면이 계속될 예상이어서 외국인의 순매도 우려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1960년대 이후 10차례 있은 미 증시조정에서 평균 조정폭은 28.4%, 약세지속기간은 10.8개월이었고, 회복에는 17.6개월이 소요된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소의 경우 외국인은 올 들어 ‘한국’보다는 ‘반도체’라는 특정산업에 투자한 만큼 매매변화는 이 산업의 시황에 좌우될 전망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말 시가총액의 21.9%에서 현재 26%대까지 비중을 늘리면서 증가분의 95%를 삼성전자 현대전자 아남반도체로 채웠다.
동원증권 정훈석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전망이 흐리지 않고, S&P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등으로 미뤄 거래소에서 외국인이 발을 빼기는 힘들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외국인이 어떤 식의 투자결정을 할 지는 삼성전자에 대한 매매동향이 잣대가 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외국인비중이 20%로 축소될 수도 있다”고 했다.
거래소와 달리 코스닥은 나스닥이 당분간 상승추세로 접어들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인도 매수를 ‘자제’한다는 분석. 외국인은 코스닥 시가총액 비중을 1998년 3월 최대 8%에서 이후 5%선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가차없는 매도세로 1.5%까지 줄이며 큰 차익을 챙겼고,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자
올 3월초 비중을 다시 8%선까지 확대시켰다. 따라서 과거 경험상 적어도 최근 2년간 평균비중(5%)까지는 줄여나가, 당분간 매도세를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연구원은 “PER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개종목의 고평가 정도는 코스닥-나스닥-거래소 순으로 코스닥이 나스닥의 2배에 가까웠다”며 “상위종목중 로커스 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하면 수익모델도 불안정하다”고 했다.
/이태규기자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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