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참패한 자민련의 ‘항로’를 둘러싸고 당내에서 여러 갈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민련 당선자들은 19일 낮 오찬모임에서 “비록 17석에 불과하지만 똘똘 뭉치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결속을 다짐했다. 그러나 당의 진로에 대한 당선자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제각각이다.때문에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자민련의 갈 길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예전처럼 영(令)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명예총재는 17일 밤 신당동 자택을 방문한 한광옥(韓光玉)청와대비서실장에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도울 생각이 없다, 김대통령에게 너무 섭섭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JP 측근들은 “김명예총재의 생각이 다듬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론이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공조 복원 카드가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쨌든 JP는 현단계에서 민주당과의 공조문제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민주당과의 재공조를 희망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97년 대선때 이인제(李仁濟)후보 유세 본부장을 맡았던 송광호(宋光浩·제천 단양)당선자는 민주당과 손잡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송당선자는 “선거때 일은 지나간 문제다, 국가를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로 진출한 한 당선자도 “당이 독자노선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결국 민주당과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 등의 문제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일부 당선자도 여당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한동(李漢東)총재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이총재 측근들 사이에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치 현실적으로 자민련과 민주당이 결국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원외 중진들은 “원외 인사들까지 포용하려면 여당과의 공조 또는 합당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강창희(姜昌熙)총장 등은 자민련의 여당화를 정면 반대하는 강경파들이다. 강총장은 최근 “내가 총장으로 있는 한 민주당과의 공조복원은 있을 수 없다. DJP가 합의해도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JP가 공조 재개 결정을 하더라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정진석(鄭鎭碩·공주 연기)당선자도 “총선 때 민주당은 온갖 잘못을 저질렀다, 우리는 똘똘 뭉쳐 자민련의 길을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완구(李完九) 정우택(鄭宇澤)의원 등은 개원 협상 등 정국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중도 관망파. 두 사람은 최근 당직개편에서 소외돼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당의 일에 개입하기 보다는 지역구 관리를 탄탄히 하는 데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오장섭(吳長燮) 이양희(李良熙)의원 등은 “독자적 세력을 유지하면서 선택적으로 민주당 또는 한나라당과 공조를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시각차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자민련이 진로문제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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