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케시타 정계은퇴…세대교체 논의일본 정계의 최고실력자인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 총리가 정계에서 은퇴 한다. 그는 이미 심복인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관방장관에게 6월께 실시될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총리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가운데 파벌 최고 지도자인 그의 은퇴 의사에 오부치파는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 의사 존중’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어 공식 발표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요인은 건강 문제이다. 지난해 4월 5일 ‘변형성 척추증’으로 입원한 이래 1년이 넘도록 병원문을 나서지 못하고 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췌장암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는 한때 회복세를 보였으나 ‘애제자’인 오부치 전 총리가 쓰러진 충격이 워낙 커 재기 의욕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은퇴는 오랫동안 일본을 지배해 온 ‘장로 정치’의 종언을 의미한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로 이어진 자민당 최대 파벌을 계승한 그는 1989년 5월 1년 7개월만에 총리직을 사임한 이후 지금까지 일본 정치를 주물러 왔다.
1974년 11월 사임후에도 85년 2월 뇌경색으로 쓰러질 때까지 자민당을 장악했던 다나카 전 총리를 합치면 자민당은 4반세기 이상 ‘장로’가 움직여 온 셈이다.
거물급 노장 정치인으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 등이 남아 있으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앞서 사민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나 이토 시게루(伊藤茂) 부당수의 은퇴 선언에 이은 그의 은퇴는 세대교체의 상징이자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의원 정년제’구상 등 세대교체 논의가 제대로 꽃피지 못한 것도 그의 존재가 큰 요인이었다.
그의 퇴장으로 일본 정치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우선 파벌내의 동요가 눈에 띄는 데서도 드러나듯 오부치파의 당내 위상 변화를 부를 전망이다.
최대파벌로서 수의 논리를 앞세워 온 오부치파이지만 그동안 숫자 이상의 영향력을 지녔던 것은 파벌내의 ‘철의 단결력’이 배경이었다. 오부치 전총리 이후 마땅한 중심이 없다는 점에서 구심력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사토 전 총리가 일본 부흥의 초석을 놓았고 다나카 전 총리가 이를 이루었다면 다케시타 전 총리는 이를 안정시키고 관리해 왔다. 앞으로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새로운 지도자가 일본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도 주목된다.
/도쿄=황영식특파원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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