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종합주가지수가 장중 34포인트 이상 올랐다 장마감 직전 오히려 1.53포인트 하락으로 반전하는 등 불안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닥도 예외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투신권을 비롯한 기관이 장막판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블랙먼데이 이후 회복세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는 연일 “기관 매도가 개투(개인투자자)를 죽이고 시장을 몰락시킨다”“기관의 막가파식 판깨기 매도를 고발하고 여론화하자”는 등의 거친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투신을 비롯한 기관은 환매와 구조조정을 앞두고 매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기관 매도공세는 당분간 지속된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관매도의 성격 올들어 외국인이 바이코리아(Buy Korea)에 6조원이상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기관의 순매도금액은 모두 4조원대에 이르고 있어 아직까지 자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여념이 없는 양상이다. 17일 블랙먼데이 폭락 이후 이틀동안만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해 3,500억원을 팔았고 20일에도 매도우위를 지속했다.
기관이 회복세를 더디게 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셈. 최근에는 초단타매매의 성격까지 보이고 있어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7일 거래소에서 2,400억원 이상을 사들였지만 다음날 지수가 반등한 틈을 이용 1,000억원 가량을 털어낸 것이 단타의 극치를 이루었다는 것. 시장안전판이라는 기관 고유의 역할을 포기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지적이다.
그러나 투신권 매도는 환매에 쫓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반박도 강하다. 현대투신 이재영 펀드매니저는 “지수 800아래에서 손실을 감수하면서 또 투자자의 비난이 불을 보듯 뻔한데 어떤 운용자가 매도를 하고 싶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동안 하락세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손실분을 회복하려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최근 급등락 장세가 이어지며 한치앞이 불투명해지자 반등할 때마다 현재 수익분이나마 지키자며 환매 요구가 더욱 증가했다는 것. 은행권의 매도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처분하고 자기자본비율(BIS)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손절매 차원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언제까지 팔까 투신권의 환매와 관련 지난해 7월까지 30조원의 주식형수익증권이 늘었지만 지금까지 대략 10조원이 환매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환매 가능한 물량이 상당하다는 계산이다. 코스닥의 경우 투신권이 지난해 7월부터 시장참여를 본격화한 3월 중순까지 1조4,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지만 3월 이후 7,000여 억원밖에 털어내지 못한 것으로 집계돼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대유리젠트 증권 김경신 이사는 거래소의 경우 지수 800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00을 회복하면 대세상승에 대한 전망과 함께 환매요구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환매압박을 벗어난 투신권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종증권도 앞으로 만기도래하는 주식형수익증권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5월부터 기관매도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과 투신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기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에 대한 불신은 투신권으로의 추가자금투입을 어렵게 만들고 투신권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대우채 문제해결 등의 투신권 매수기반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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