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남북 당국자간 회담이 재개된다. 북한이 정상회담 실무접촉을 판문점에서 갖자는 우리측 제의를 단 하루만에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양측 대표단이 5년 9개월만인 22일 판문점에서 다시 머리를 맞대게 되었다. 주목할 만한 변화라 하지 않을 수 없다.정상회담이 준비접촉부터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준비회담이 계속 순항한다면 본회담에서도 어떤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설레는 기대가 없지 않다. 우리는 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적극적인 자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민족적 화해와 공존이라는 큰 명제아래 양측은 겸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친 김에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양측 모두 대승적 자세로 회담에 임해 줄 것을 당부한다.
북한은 지난 94년 김영삼 전대통령과 김일성주석간의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후 판문점 접촉을 사실상 외면해 왔다. 그런 북한이 우리측 판문점 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몰이 방북 등에 잠시 열렸던 판문점을 통한 북행로가 김대중대통령의 평양행때도 다시 열리지 않을까 그래서 기대된다.
북한의 이같은 결정이 ‘민족내부의 문제는 우리스스로…’가 바탕이었기를 바라고 싶다. 그렇다면 판문점 대화의 의미는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의 자세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초 북한은 준비접촉 장소로 베이징(北京)을 주장하리라 예상됐다. 북한의 강성군부가 판문점 접촉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전(停戰)의 상징인 판문점이 정전 당사자인 북·미간의 대화장소여야 한다는 억지를 부려왔다.
때문에 남북한간의 대화는 상당기간 제3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판문점 대화 복원 결정은 따라서 향후 남북화해와 협력의 길을 가늠할 수 있는 새 계기가 될는지 모른다.
이미 남측이 북한의 시비기에 맞춰 인도적 차원의 비료지원을 하리라는 얘기가 들린다. 특히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북송 문제까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남과 북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반 조치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보고 싶다.
반세기가 넘은 대립과 반목이 하루아침에 해소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고 또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대화를 위한 ‘시작의 시작’일 뿐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민족적 화해와 공존을 앞당기는 길인지 정부나 국민 모두가 다시한번 냉정하게 생각하고 지켜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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