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9일 발표한 2002년 대입 수능시험 성적 9등급제는 이미 98년부터 예고됐던 것이어서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시행이 1년 반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고 변화 폭이 너무 커서, 혼란과 불편 또한 크리라는 걱정거리가 생겼다.수능시험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뽑는 ‘한줄 세우기식’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무시험전형 방안은, 수능성적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내신성적과 학생부 기록 등 다양한 전형자료를 활용하게 한다는 것이 기본 틀이다. 이 제도는 대입 경쟁의 열기를 식혀 고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받아 왔다.
수능시험 성적표에 총점을 기재하지 않고 9개 등급만 표시함으로써, 소수점 이하 점수차로 당락이 갈리고 전국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시켰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
학과성적만이 아니라 특기와 능력, 적성과 인성 등을 입학전형에 골고루 참작토록 함으로써 학교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특차·정시·수시·추가모집으로 나뉘던 모집방법도 정시와 수시로 단순화한다.
그러나 제도변경 예고 2년동안 대학과 고교측의 준비가 소홀한데다 공정성과 객관성 신뢰성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문제점 때문에, 상당한 혼란과 시련이 우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새 제도에 따른 대입전형 요강을 발표한 대학이 없어 고교 2학년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궁금증이 크다.
수능영역별 성적 합산반영 여부, 영역별 성적 반영비율과 학생부 반영비율, 논술과 면접 반영비율, 영역별 성적반영 과목과 기준 등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할 사항이 많다. 특기개념의 기준도 미리 공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객관성이다. 수능성적이라는 객관성있는 전형기준이 배제된 상황에서 고교 내신성적과 학생부 기록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며, 교장과 담임교사의 추천장과 자기소개서에 어떻게 신뢰성을 부여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교간의 성적격차를 극복하는 것도 큰과제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수험생의 영역별 점수를 합산해 가장 중요한 전형기준으로 활용할 대학도 있을 것이다.
전형업무의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이런 방법을 쓰는 대학이 많아지면 새 제도 정착이 어렵고, 도입 의의도 반감된다. 새 제도가 빨리 정착되어 입시열병이 치유될 수 있도록, 교육당국과 대학 고교측 모두는 합심해서 예상되는 문제 해소에 힘써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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