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우승컵을 감독님 영전에 바치려고 했는데….”포항강판 럭비팀이 대회를 앞두고 사고로 감독을 잃고 코치마저 중태에 빠진 상황에서 ‘눈물의 준우승’을 일궈내 잔잔한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19일 서울 오류동 럭비구장에서 끝난 2000 전국춘계리그전에서 포항강판 럭비팀 선수들은 준우승이 확정되자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전 사고로 숨진 이규춘(49)감독에게 우승컵을 바치겠다고 다짐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다.
고(故) 이감독은 지난달 4일 김명주코치와 함께 경북 경산의 한 상가집을 다녀오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음주운전 차량이 반대편 차선에서 중앙선을 침범, 이감독이 타고 있던 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것.
이 사고로 이감독은 현장에서 즉사하고 운전중이던 김코치는 중상을 당해 아직도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사고소식은 선수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감독은 평소 선수들의 일상사까지 챙겨주는 집안의 아버지와 같았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크나큰 사고를 접한 선수들은 이감독의 빈소를 찾아 ‘반드시 우승컵을 가지고 되돌아 오겠다’고 다짐했다.
고참인 신권철(34)씨를 코치대행으로 삼아 대회에 나선 선수들의 굳은 각오는 스코어에 그대로 나타났다.
복병 상무를 34-20으로 거뜬히 제압했고 국내 최강 삼성SDI에도 경기내내 10여점 차로 앞서 나갔다. 그러다 종료 5분전 선수들의 힘은 떨어졌고 교체선수가 넉넉한 삼성의 반격에 밀려 결국 22-23으로 역전패했다. 아까운 1점차 패배였다.
“감독 같지 않던 분이었습니다. 엄하면서도 선수들을 위해 몸바치셨던 분인데….” “우승을 못해 감독님을 뵐 면목이 없어졌습니다”며 고개를 떨구는 신코치대행은 목이 메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박원식기자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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