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친위대(SS)조차도…”.20세기 전반부의 끝 세계를 피로 물들였던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인간적 배신감에 떨며 심신이 ‘완전히 망가진 채’ 쓸쓸한 최후를 맞은 것으로 밝혔다.
영국 정보기관 MI5가 20일 공개한 독일 나치친위대 고트리프 베르거 장군 심문조서에 따르면 소련군과 연합군의 협공에 밀려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 숨어든 히틀러는 이미 “망가져 끝난 사람”이었다.
베르거 장군은 심문에서 “친위대 사령관 하인리히 히믈러가 소련의 진격에 직면한 1945년 4월 22일 히틀러에게 베를린을 탈출하도록 설득했으나 나는 이제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국민을 배반하지 말고 베를린에서 자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히틀러는 4월30일 이 지하벙커에서 정부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했으나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공식 기록이나 증언은 이제까지 없었다.
베르거는 히틀러가 “아무도 사실을 말해주지 않고 모두 나를 속였다. 군부도 거짓말을 했고 친위대도 나를 곤경으로 몰아 넣었다”고 말했다면서 “히틀러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 금방 발작을 일으킬 것 같아 보였다”고 전했다.
베르거는 히틀러가 이에 앞서 몸의 왼쪽 부위에 마비 증세가 있었다면서 이때 모임에서는 왼쪽 팔을 책상위에 올려 놓지 않고 오른손만 이용했으며 왼쪽 발을 바로 디디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베르거는 베를린을 탈출했다가 영국군에 체포돼 MI 5에서 심문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에서는 또 연합군 공군 50명이 독일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모두 처형된 사건도 히틀러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 ‘대탈출’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에서 대다수의 독일군 고위장교들은 처형에 반대했으나 히틀러가 야전군 사령관 빌헬름 카이텔에게 처벌을 강요했다고 아돌프 베스호프 소장이 진술했다.
/박석원기자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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