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가 법정에 섰다. ’‘미란다’는 흔히 미국 경찰 등 사법기관이 용의자를 체포했을 때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증언이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어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통보해주는 원칙이다. 미국 대법원은 19일 이 ‘미란다 원칙’의 존폐 여부에 관한 심의에 착수했다.
논의의 핵심은 피의자가 이 원칙을 통보받지 않았을 경우 그의 자백을 증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죄인이 아니다’라는 전제하에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취해진 이 원칙은 그러나 역으로 피해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이가는 논쟁을 낳았다.
현재 9명의 미 대법관들은 1966년 대법원의 판례로 확립된 후 34년동안 이어져 내려온 미란다 원칙을 버리고 대신 미 의회가 2년후인 1968년 제정한 법률을 지지할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의 첫날 진행된 논의에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을 비롯한 2명의 대법관들은 미란다 원칙의 폐기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피력했고,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등 2명은 이 원칙의 헌법적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반해 스티븐 브라이어와 데이비드 사우터 등 4명의 보수적인 판사들은 미란다 원칙이 전세계 20억 인구에 알려진 것이라면서 이의 고수를 강력히 주장했다.
시중의 여론도 백중세이다. 클린턴 행정부와 시민 권리 단체 등은 대체로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막기 위해 미란다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경찰 등 사법관련 단체들은 범죄자들을 종종 무죄 방면하는 경우가 있음을 들어 폐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한 연방항소법원이 의회가 1968년 제정한 ‘제3501항 법률’에 따라 미란다 원칙은 사실상 번복됐다고 판결한 것이 빌미가 돼 대법원까지 올라온 이 문제는 오는 6월말께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석원기자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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