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걸프전후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낙인 찍혀 경제제재조치를 받아온 이라크가 최근 대외 관계 회복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이라크는 18일 대등한 자격이 부여될 경우 미국과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관영 INA통신이 보도했다.
타하 야시네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은 이날 “이라크는 미국과 대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이는 상호 이익과 부합해야 하며, 주인과 노예 사이의 대화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비록 조건부지만 이라크가 미국과의 대화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후 처음이다.
이라크는 중동과 유럽국가들에 대해서도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말 1980년 이란과의 전쟁당시 이란편을 들어 국교를 단절했던 시리아와 20년만에 외교관계를 재개키로 했다.
이라크의 이같은 모습은 10년간 계속된 유엔의 금수조치로 피폐해진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급박한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보건부는 15일 지난달 이라크에서 영양실조와 의약품 부족으로 인한 어린이와 노인 사망자가 지난해 3월 771명보다 크게 늘어난 9,328명이라고 발표했다. 더욱이 이라크의 유일한 젓줄인 석유산업도 시설이 노후화,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다는게 유엔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라크는 국제 인권단체 등의 동정에도 불구하고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미국에 직접 화해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최근 이란 북한 쿠바 리비아 등 이른바‘깡패국가(rogue countries)’들에 유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이라크의 적극성에 한 몫 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라크의 이같은 제스처를 미국이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이라크가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라크가 조건없이 유엔의 무기사찰에 응하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정권의 인권탄압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가다피는 용서해도 사담 후세인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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