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20세기의 불로초’로 불린 ‘DHEA’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 약을 수개월 복용한 70대 노인이 젊은 시절의 정력을 되찾았다고 증언하기도 했고, 여자들은 자신이 전보다 훨씬 섹시하고 건강해졌다고도 했다.DHEA는 신장 바로 위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체내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들의 재료가 되는 모(母)호르몬이다. 나이가 들면 점차 감소하는데, 이를 보충해 주면 스트레스나 여러 질병에 대한 면역을 강화하고 기억력을 향상시키며 활력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이를 장기 복용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학계의 경고가 잇따르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앞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도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멜라토닌은 밤에 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시차적응이나 숙변을 위한 보조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밤에만 분비되기 때문에 ‘성욕호르몬’으로도 불린다. 성관계를 할 때 불을 끄는 이유도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
그런데 일부 의학자들이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뇌 속 송과선이 노화시계를 조절하는 중추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즉 송과선이 멜라토닌을 통해 인체의 노화시기나 진행정도를 조절한다는 것이다. 신체의 여러 기관을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라고 한다면 송과선은 지휘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멜라토닌 역시 많은 의학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치료제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성장호르몬’은 노화를 방지한다고 알려진 이른바 ‘슈퍼 호르몬’ 중 가장 치료제에 가까운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호르몬은 이미 키 작은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데 그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별다른 염려없이 사용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심혈관계, 면역계, 근골격계의 노화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체지방을 줄여주고 성욕을 증가시는 효과도 있다. 다만 전립선암, 유방암, 당뇨병 환자 등은 주의가 필요하며 약값이 아직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노화를 자연발생적인 운명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이제 과학자들은 노화를 하나의 질병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것이다.
/하태준·선릉탑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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