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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낙선고배… 하지만 난 당당한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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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낙선고배… 하지만 난 당당한 패자

입력
200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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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는 유구무언이라는데 도대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마는 일생 처음 경험한 선거인지라 남다른 감회를 지울 수 없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항상 활력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치신인의 정계진출은 정치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은 신인의 진출을 너무나 어렵게 만들고 있다.먼저 현역의원 의정보고회다. 선거 한 두달전부터 무려 50회, 100회씩 읍 면 동 부락 단위로 개최되는 의정보고회는 공식적인 사전선거운동이다. 다과회를 베풀고 유인물을 수만 권 씩 배포해 상대 후보나 당을 무차별로 공격한다.

그래도 누구 하나 이를 제지하지 못한다. 정치신인은 명함 한장 제대로 나눠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100m 경주에서 현역의원은 70m를 앞서 뛰고 있는 셈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은 이때부터 이미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공식 선거기간이 너무 짧다. 나의 지역구는 통영시와 인근 60여개의 섬에다 고성군의 1개 읍, 13개 면, 262개 부락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이다. 이 가운데 얼굴 한번 내밀어 보지 못한 부락이 반이 넘는 실정이다.

셋째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가 너무 적다. 법정홍보물 두건과 합동유세 두번이 전부다. 가능하면 TV토론회도 자주 갖고 합동유세도 더 늘렸으면 한다. 주민접촉에서 오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차단하다보니 결국은 조직과 자금력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30락 40당’(30억원을 쓰면 떨어지고 40억원이면 당선된다)는 말을 이제는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넷째 무소속에게는 너무나 불리한 선거법이다. 당 소속후보는 당원교육과 당원 단합대회 등 명목으로 향응을 베풀고 돈을 뿌려도 탈이 없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는 이럴 수도 없고 제한된 자원봉사자들로만 가동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다섯째 언론기관의 무책임한 여론조사발표에도 문제가 많다. 3월8일자로 한 신문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는 현역의원인 후보의 지지도가 32.7%, 나는 겨우 7.7%였다. 조사대상인 100명 이하의 유권자중 70여명이 응답을 하지 않은 조사결과를 크게 보도한 것이다. 정치 신인에게 기대를 걸었던 지원세력에게 큰 실망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악조건속에서도 나는 정정당당히 싸웠다. 두터운 지역갈등의 벽앞에서도 인물과 정책, 그리고 새로운 지역일꾼의 이미지를 밀고 나갔다.

후회는 없다. 일곱 식구가 모은 7만원을 꼭 승리하라며 건네 준 분, 유세를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격려편지를 보낸 분, 로고송에 맞춰 열광적으로 지지해 준 자원봉사자들, 모두 눈물겹도록 감사할 따름이다.

/정해주 경남통영·고성 무소속출마자(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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