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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킷든 파리 운전면허시험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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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킷든 파리 운전면허시험관들

입력
200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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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햇살이 화사한 18일 오후 파리 시내 교통부앞에서 자동차 운전면허시험관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제복차림으로 플래카드와 피킷을 든 50여명의 시위대는 심각한 표정으로 장관면담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이들의 요구조건은 그러나 의외로 단순했다. 운전면허 시험 결과를 응시자에게 현장에서 알려주지 말고 하루가 지난 뒤 우편으로 통보하게 해달라는 것이 요구사항의 전부였다.

공무원 신분인 이들이 이처럼 ‘궐기’한 것은 면허시험에 떨어진 응시자들에 의한 시험관 폭행 및 위협사건이 도를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도로교통법은 필기시험에 합격한 운전면허 응시자들에게 20분가량의 주행시험을 거쳐 면허를 내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는 합격률이 60%로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옆자리에 동승한 시험관이 주행이 끝난 직후 ‘불합격’을 선언하면 응시자들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 여성 시험관의 경우 머리채를 잡혀 끌려나오는 일이 다반사고 집에까지 찾아와 협박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다.

한 시험관은 불합격자가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주사하겠다”며 주사기를 들고 아와 곤욕을 치뤘으며 자녀들에게까지 보복하겠다는 협박전화에 시달린 이들도 상당수였다.

500명에 달하는 시험관에 대한 이같은 폭행사건은 94년에 비해 50%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주에는 3번째 면허시험에 떨어진 23세 청년이 고무총알이 장전된 권총을 시험관에게 쏘아 중상을 입히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살인미수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이 청년은 “사설 운전학원에 6,800프랑(110여만원)의 비싼 교습비를 내고 20시간 이상 주행연습을 했는데도 계속 떨어졌다”며“다음 시험때까지 3-4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격분, 순간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시험관들은“시간과 돈에 여유가 없는 응시자들이 현장에서 불합격 소리를 들으면 화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시간이 지난 뒤 집에서 우편통보를 받으면 냉정을 찾게 돼 폭력사태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시위를 계속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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