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제20회 장애인의 날. 한국일보는 장애인의 날과 한국일보 점자신문 ‘함께 읽는 신문’의 제10호(4월24일자) 발행을 맞아 한국장애인복지재단 명예회장인 대통령부인 이희호여사의 특별기고문을 싣는다.오늘은 스무번째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을 맞아 모든 장애인들과 이들을 위해 헌신해 온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1976년 유엔은 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정하면서 ‘모든 국가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여러 분야에서 충분히 이루고 다른 국민과 동일한 기회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며 신장하는 데 노력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따라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삼아 기념하고 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 봄의 한가운데에 장애인의 날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온 대지에 새 생명을 피워내는 이 때에 사회의 약자이며 가장 보살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특히 한국일보가 격주로 발행하는 점자신문 ‘함께 읽는 신문’을 보는 감회는 매우 큽니다. 어느덧 점자신문이 24일로 10호를 발간하게 됐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저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번 16대총선부터 법으로 허용한 점자 선거홍보물을 만들어 제출한 후보들은 전체 1,040명의 후보 중 278명으로 26%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어떤 장애인이 투표소를 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보고 오르내릴 엄두가 나지 않아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갔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장애인의 삶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 다 압니다. 우리가 장애인의 날에 생각해야 할 일은 장애인의 생활의 불편을 없애주는 일에 국가나 사회가 보다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장애인의 참정권이 제한당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일보의 점자신문이 장애인의 권리를 실제로 더 확대해 가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합니다.
점자신문은 단순히 장애인 이야기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인들은 눈으로 지면을 보고 시각장애인들은 손으로 읽을 수 있도록 특수 인쇄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장애인들의 복지증진에 크게 기여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유전공학이 날로 발달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장애인의 재활을 돕거나 장애를 예방하는 기술도 급속하게 진전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큰 불편 없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지체장애인들이 전자칩의 도움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발달의 혜택이 모든 장애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금 생산적 복지의 실현이라는 큰틀 아래서 장애인들을 위한 여러 복지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줄 압니다. 앞으로도 이런 노력이 큰 결실을 거두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 모두가 장애인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어떤 복지대책보다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저는 한국일보의 점자신문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기사나 지면 위에 가지런히 자리잡은 점자보다 먼저 장애인들과 함께 하려는 사랑의 마음을 읽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장애인들을 비롯한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그런 사랑의 마음을 나누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한국일보 점자신문이 더욱 발전하여 많은 장애인들에게는 기쁨을 더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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