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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시하라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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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시하라 망언

입력
200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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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1일 간토(關東)지방을 중심으로 진도 7의 지진이 발생했다. 9만여명의 사망자와 4만여명의 행방불명, 65억엔에 이르는 물적 피해로 일본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다.일본정부는 민심수습을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헛소문을 퍼트렸다. 그 결과 조선인에 대한 대학살이 자행돼 6,000명이 넘는 조선인들이 아무 죄없이 무참하게 죽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지난 9일 육상자위대 한 부대 창설 기념식에서 “3국인·외국인의 흉악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지진이 일어날 경우 소요사건이 예상된다”며 자위대의 치안출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3국인’은 재일동포와 대만인 등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간토대학살 당시를 연상케 하는 망언중의 망언이다. 이시하라지사는 1주일후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시했지만 사과는 안했다. 17일 미국 타임과의 회견에서도 비슷한 말을 되풀이 했다.

■이스라엘 국립교향악단 ‘리숀 레치온’이 8월27일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지그프리트 목가’를 연주할 계획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지휘는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멘디 로탄이 맡는다. 이 곡은 나치의 대규모 집회와 사형자 수용소 등에서 연주됐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바그너는 그동안 이스라엘에서 연주가 금지됐었다. 이스라엘 교향악단의 경우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후 나치의 만행을 깊히 반성하고 끝없이 용서를 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둔 시점에서 이시하라지사의 계속되고 있는 망언을 접하고 있노라면 이스라엘의 경우가 오버랩되면서 과연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 3류에 불과한 한 극우 보수 선동정치인의 헛소리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그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고, 그것은 그가 원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했듯이, 아예 무시하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망언을 그치게 하는 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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