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암치료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삼성 이건희(李健熙·사진) 회장이 사장단 만찬회동을 시작으로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말 림프절암 치료를 위해 도미(渡美)한 지 4개월만에 그룹 총수로서의 활동을 본격 시작한 것이다.이 회장은 17일 오후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비(非) 전자 계열사 사장단 10여명과 함께 3시간여동안 공식 만찬을 함께 하며 여러 얘기를 나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나 사장단이나 오랫만에 얼굴을 봐야 했고, 그동안 회사 안팎의 일들에 대해서도 할 말들이 많아 공식 만찬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 경영과 관련된 심각한 얘기들이 오가지는 않았으나, 같은 날 세계 증시 동반폭락 등으로 인해 삼성 계열사 주가 문제가 주요 화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또 19일에는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전자 계열사 사장단 10여명을 승지원으로 불러,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장단 면담에 앞서 지난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사람들을 만났다”며 “조만간 이 회장의 메시지가 그룹 전체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최근 들어 디지털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일부현안에 대해서는 질책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장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MD 앤더슨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에도 일부 경영진들과 회의를 갖는 등 경영에 일부 관여해왔으나 의료진과 가족의 만류로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못했었다.
건강한 모습으로 지난 6일 귀국한 이 회장은 그동안 삼성본관 26층 회장실에는 한 번도 출근하지 않은 채 한남동 자택에만 머물러왔다.
이 회장은 회사 공식일정과는 달리 부인 홍라희(洪羅喜)씨와 함께 둘째 딸 서현씨의 혼사를 위해 지난주 사돈이 될 동아일보 김병관(金炳琯) 회장 부부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결혼식 날짜를 7월2일로 정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국내 병원에서 검진을 받을 계획은 없으나 1년에 한번 정도 미국으로 정기검진을 떠날 예정이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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