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으로 보는 세상은 더욱 눈부십니다.”중증 재가(在家)장애인들의 자활과 사회복귀를 돕는 자원봉사단체인 ‘한국부름의 전화 자원활동대’가 시각장애인들의 ‘삶과 도전’을 보여주는 영상물을 만들었다. ‘가정편’ ‘사회적응편’ 2편으로 구성된 이 비디오테이프는 시각장애인들 역시 자신의 삶을 열심히 꾸려가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일반인의 편견을 없애고자 만들어졌다.
“내 취미는 물고기잡이야.”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작은 연못을 찾은 김용봉(金用奉·61)씨는 열네살 때 폭발물 사고로 오른쪽 손목과 두 눈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1남3녀의 자녀와 함께 물고기잡이에 나선 김씨는 연못을 손으로 훑어 팔뚝만한 붕어를 잡아올리고 왼손만으로 원형테이블을 만들어낸다.
어릴 때 실명한 김정희(金正喜·57·여)씨도 혼자 힘으로 500평 밭농사를 짓고 컴퓨터 공부까지 한다.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고 컴퓨터도 직접 고칠 만큼 공부하고 싶어요.”아직 타자연습에 그치는 초보자지만 미래를 꿈꾸는 모습이 저절로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밖에 전통문양 수예로 학(鶴)을 살려내고(이효숙·34·여) 손뜨개질에 몰두하며(윤성란·尹成蘭·42·여) 멋들어진 곡선의 한복저고리를 짓는(이정애·李貞愛·68·여) 모습은 “시각장애인들이 뭘 할 수 있겠어” 라는 막연한 편견을 새삼 부끄럽게 한다.
서로 도와가며 한라산을 올라가는 모습과 1월22~23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신덕리 마을회관을 찾아 동네노인에게 침, 안마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습을 접하면 이들도 건강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었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부름의 전화 대장 김정희(金正熙·63·여)씨는 “중·고등학교와 200인 이상 사업장, 일반인 등에게 이 비디오를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라며 “고용과 일상생활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름의 전화는 ‘장애인의 날’ 하루 전인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한생명빌딩(63빌딩) 2층 체리홀에서 비디오시사회를 갖고, 시각장애인들의 매듭, 자수, 한복 작품전시회를 20일부터 25일까지 지하철 1호선 시청역 구내에서 열 예정이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전국 중·고등학교와 200인 이상 사업장, 원하는 일반인에게 무료로 보급할 계획이다. 도움 요청이나 자원봉사 등 문의는 (02)701-7411.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