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총리가 바뀌고 연정이 붕괴되는 등 고질적인 정치불안으로 악명높은 이탈리아가 또다시 총리사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집권 중도좌파 연정을 이끌고 있는 마시모 달레마 총리는 16일 치러진 시·도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으로 17일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사퇴서는 즉각 반려됐지만 의회의 신임투표를 통해 사퇴여부를 결정토록 해 경우에 따라서는 내각이 또다시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 신임투표 실시 시기는 19일이나 20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는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무려 57차례 내각이 교체돼 매년 한번 이상 각료진이 바뀌는 진풍경을 연출해 왔다.
1998년 10월 의회 불신임으로 무너진 로마노 프로디 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이어 총리직에 오른 달레마는 지난해 12월에도 연정내 불화에 따른 의회 불신임투표를 가까스로 통과, 제2기 내각을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달레마는 연금개혁 등 일부 정책을 둘러싼 연정 분열상에 사퇴카드로 승부수를 던져 더욱 강력한 정부를 이끌어 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총리 사퇴론은 16일 전체 20개 시·도 지역중 15개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좌파연정이 절반이 넘는 8개 지역을 야당연합에 패하면서 촉발됐다.
선거전까지 연정은 이중 11개 지역을 장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수도 로마가 속해있는 라지오 지역을 비롯, 가장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북부지역 등 정치 요충지를 전부 야당측에 넘겨준 데 있다.
이 때문에 달레마 총리는 선거직후 “정부 사퇴를 요구해 온 야당의 승리”라고 패배를 인정하면서, 한편으로 이로 인한 야당의 조기총선 공세를 저지하는데 주력해 왔다.
중도우익 야당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포르자 이탈리아’당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재와 북부동맹의 움베르토 보시 총재 등은 “현 정부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며 내년 3월까지로 돼 있는 5년 임기의 현 의회를 해산,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 정가는 군소정당 난립으로 인한 정치불안을 제거한다는 취지 아래 다음달 21일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선거법 개정이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상태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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