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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를 살리자](2) 단원 처우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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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를 살리자](2) 단원 처우문제 심각

입력
2000.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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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의 오케스트라는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단원의 보수는 초라하다. 먹고 살려면 레슨 등 다른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연습을 게을리 하고 연주를 대충 한다는 건, 음악가라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들이 직업에 긍지를 갖고 전념할 수 있게 하려면 보수의 현실화가 따라야 한다.오케스트라 경력 20년, 서울시향에서만 15년째인 한 고참단원의 연봉은 2,700만원. 어려서부터 많은 돈을 들여 음악을 공부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고급인력이 받는 돈치곤 적다. 고액레슨 어쩌구 해서 지탄받는 게 싫어 2년째 레슨도 안하고 월급만 갖고 사는 그는 절약으로 버티고 있다.

아내가 맞벌이를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특기교육은 엄두도 못낸다. 동네 영어학원과 컴퓨터학원에 보내고 학습지를 하나 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는 서울시향 단원 중 15-20명은 월급만으로 산다고 전했다. 40대 중반에야 겨우 몇천만원 빚을 내서 30평 짜리 집을 장만한 단원도 있다고 했다.

“보수는 적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그것을 직업을 가졌으니 만족한다. 연주자는 명예와 박수를 먹고 사는 것 아닌가.”

많은 연주자들이 적은 보수에도 음악이 좋아서 오케스트라에 남아있다. 국내 교향악단 중 보수가 가장 좋은 데는 KBS교향악단으로 단원 초임이 200만원이다. KBS교향악단과 함께 국내 양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서울시향은 105만원이다.

다른 오케스트라는 더 아래다. 음악의 정도를 걷는 모범적인 오케스트라로 칭찬받고 있는 부천시향의 단원 초임은 70만원. 어려서부터 레슨 등으로 비싼 돈을 들여 음악을 공부하고 대학을 나와 유학까지 다녀와서 받는 돈치곤 턱없이 적다.

그래도 시립·도립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오케스트라는 나은 편이다. 부족하나마 예산 지원이 있고 적지만 꼬박꼬박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민간 교향악단은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민간 교향악단 중 단원 월급이 있는 데는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뿐이다. 여기 초봉은 겨우 50만원이다. 월급 외에 따로 연주수당이 있는데, 월 5회 연주에서 추가될 때마다 직책(수석, 부수석, 일반단원)에 따라 5-7만원을 받는다. 연주가 많으면 수당을 많이 받을 수 있겠지만, 월 5회 연주도 쉽지 않다. 국내 교향악단 중 연간 60회 이상 연주하는 단체는 5개 정도이고, 전체의 절반은 연간 20회도 안된다. 연주수당으로 월급을 보충하기엔 한계가 있다. 연주횟수가 적은 것은 빈약한 재정 때문이다.

민간 교향악단의 선두인 코리안심포니는 3년째 단원에게 월급 없이 공연 수당만 주고 있다. 89년부터 98년까지 연간 2억~5억원씩 쌍용그룹에서 받던 지원이 IMF사태로 끊어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월급이 적다고 그만둔 단원은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연주를 들려주면 희망이 있을 거라며, 오히려 뭉치고 있다.

보수가 적으니, 대부분 레슨을 한다. 많은 일반인들은 연주자들이 레슨으로 떼돈을 버는 줄 알지만, 사실은 다르다. 수석·부수석이나 바이올린·첼로 같은 인기 악기는 레슨 수요가 많지만, 일반단원이나 관악기·타악기는 레슨 수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액레슨은 극히 일부의 일일 뿐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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