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부작용을 둘러싸고 첫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다.그동안 화장품 부작용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 반품이나 교환에 그쳤을 뿐 이번처럼 정식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없어 만약 승소할 경우 유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외국에선 화장품법을 만들어 화장품도 의약품처럼 유통기한이나 제조성분 등을 용기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 국내엔 이런 규제가 없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화장품 관련 피해사례는 모두 99건으로 이중 피부발진이나 가려움증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것이 15건이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고 반품이나 제품 교환으로 무마된 경우까지 포함하면 피해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직 간호사인 최모(30·여)씨는 18일 “화장품을 사용한 뒤 얼굴에 심한 피부발진이 발생했다”며 제조업체인 H사와 판매업체인 U사 및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최씨는 소장에서 “화장품을 사용하고 나서 갑자기 심한 피부발진이 발생해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접촉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피고측은 제조와 유통의 사후관리 소홀로 일어난 피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어 “화장품의 특정성분이 소비자에게 부작용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화장품 용기에 사용 전 주의사항은 물론 유통기한도 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로서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화장품 제조판매 등을 감시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의무를 방기한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을 대리한 신현호(申鉉昊) 변호사는 “그동안 화장품 부작용은 비일비재했으나 제조물책임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제기가 힘들었다”며 “우선 제조회사의 주의 의무 소홀을 문제삼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H사측은 “회사 고객상담실에서 모든 불만사항을 접수, 신속히 처리해 주고 있다”며 “고객이 이 사실을 잘 몰랐거나, 아니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지난 2월 H사의 영양크림을 얼굴에 바른 뒤 눈 주위가 심하게 붓자 병원에서 첩포조사(Patch Test)를 통해 영양크림에 들어있는 성분이 피부에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진단을 받고 소송을 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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