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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연우무대 '살색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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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연우무대 '살색안개'

입력
2000.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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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연우무대의 ‘살색안개’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2인극의 맛을 진하게 선사한다. 모노 드라마가 배우의 카리스마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2인극은 카리스마의 앙상블이다. 현재와 과거의 아들, 엄마 여사원 다방레지를 능숙하게 오가는 정인겸과 백지원. 여러 인물을 소화해 내는 둘의 연기는 흔히 보는 역할놀이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 속에 내재된 갖가지 사회적 얼굴(페르소나)을 드러내는 장치다.청년은 자기집 외진 방에 외간남자를 끌어 들인 어머니 때문에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가 어느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열세살에 어머니의 비밀을 알아 버린 그. “열세살, 무덤덤한 나”라는 대사는 날카로운 파편처럼 극 곳곳에 박힌다. 감각뿐, 감동은 없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객석이 무대의 즉물성을 전파받는 데에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둘의 격렬한 연기는 언어를 뛰어 넘는다. 허공에서 버둥대는 두 다리, 몸을 우악스레 거머쥐고 더듬는 장면 등. 무대 위에서 전개되는 농염한 터치는 관객들에게 ‘살(肉)’에 대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고독하다. 여러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자기만의 컴플렉스에 갇혀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

아들과 어머니 혹은 연인 등 수시로 역할을 바꿔 가는 두 배우의 호흡만으로도 꽉차는 무대. 소극장 연극만이 자아낼 수 있는 은밀함 속으로 객석을 끌어 들여,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국가 이데올로기, 성공 이데올로기에 쫓겨 한쪽으로만 몰려 가는 현대인에게 어느날 문득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리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김종연씨는 말한다. 5월 14일까지 연우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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