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여야간 대화와 협력의 큰 정치를 위한 영수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일단 환영 의사를 밝혔다. 원내 제1당을 확보한 마당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으며 모양새를 갖출 필요도 있기 때문.하지만 갑작스럽게 조성된 여야 화해무드 속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칼’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당직자들이 한결같이 여당의 인위적인 정계개편 시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같은 우려 때문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담화에 앞서 열린 회의에서 “국가적인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원칙적인 수용의사를 밝혔다. 다만 과거처럼 국면전환용 영수회담이 돼서는 안된다고 거듭 쐐기를 박았다.
하순봉(河舜鳳)총장도 “대화의 정치에는 뜻을 같이 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화해무드를 틈타 야당의원 빼가기를 시도한다면 국민이 우리 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의미를 배반하는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던졌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총선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면서도 김대통령이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한 대목과 관련, “편파적이고 인위적인 정계개편 시도는 여야 관계를 파란으로 몰고가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이날 영수회담에 대한 실무 차원의 검토작업을 시작했지만 검찰의 병역비리 및 선거사범 표적수사 시비와 여권의 인위적인 정계개편 가능성 등 넘어야 할 고개가 많아 회담이 일사천리로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