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남아연방의 대학교수 한 사람이 연구보고를 날조했다 하여 파면당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즈’와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모두 이를 보도했다. 기사에 의하면 요하네스버그의 이 교수는 지난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중증 암 환자에게 보다 많은 항암제를 쓰고 혈액간세포(血液幹細胞) 이식을 함께 실시하는 치료 방법으로 사망률이 뚜렷하게 줄어들고 치료효과가 높았다는 것이었다. 아마 세계 의학자들 사이에 비슷한 연구가 많았던 모양이다.뜻밖의 결과라고 판단한 다른 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등은 이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까지 실시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잘못이 발견됐다. 그의 보고서에는 154명을 연구했다고 했지만 58명분의 자료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8명뿐이라던 사망자는 실제론 적어도 15명이었다. 게다가 환자들에게 치료 동의서도 받지 않은 채 실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이런 ‘속임수’ 연구로 파면당한 것이다.
과학의 역사에는 이런 사건이 제법 많다. 코페르니쿠스 지동설 이전의 우주관을 대표하는 위대한 천문학자로 꼽히는 톨레미는 자신의 우주관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측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1977년 미국 물리학자가 컴퓨터를 동원, 당시 자료를 검사한 결과 거짓 자료가 쓰여졌음이 밝혀졌고 이 물리학자는 톨레미가 관측자료를 조작했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톨레미를 “가장 위대한 과학자라기보다 가장 성공한 사기꾼”이라 결론짓고 아예 그 사실을 한권의 책으로 냈다. ‘뉴욕타임즈’ 과학기자들이 쓴, ‘배신의 과학자들’이란 이름으로 번역돼 나온 책에도 톨레미 이야기가 들어 있다.
1981년 하버드대학의 존 다시라는 심장 전문가는 실험 조작으로 말썽을 일으킨 일도 있다. 미 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당시 조사위원이던 앨 고어는 줄곧 과학기술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지금은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과학자의 사기란 없을까? 새로 뽑은 국회의원 당선자들 가운데 이런 문제에 관심있는 ‘한국의 고어’가 있단 말은 들어 본 일이 없다.
/박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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