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주가 폭락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설투자 자금의 증시 조달을 추진해 오거나, 국내·외에 ‘주가관리’를 천명한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추락하는 주가에 속을 끓이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주가 폭락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중장기 투자계획도 수정해야 할 형편이다.주요 계열사 주식이 약세를 면치 못해 고민해온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 주식이 상장 후 처음으로 이날 주당 3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등 계열사 주가가 큰 타격을 입자, 향후 자금조달 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구조조정본부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에도 계열사 매각작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나 주식 약세기조가 지속될 경우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힘들어 매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연내로 예정된 삼성생명 상장작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지 걱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생명 주식가격을 주당 70만원을 가정해 ‘삼성생명 상장→삼성자동차 부채 청산’계획을 추진해 왔으나 증시 상황이 악화할 경우 추가적인 대규모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상환문제도 걸려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IMF(국제통화기금) 직후인 97년말-98년초에 걸쳐 회사채를 대량 발행했는데 이들의 상환 시점이 대부분 하반기에 몰려 있다. L그룹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증시에서 회사채 상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어서 주식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기업마다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기업의 지분이 많은 기업은 외국인들이 보유주식을 쏟아내지 않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견그룹들은 적대적 M&A(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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