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영국 방문을 계기로 국제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했다.푸틴의 이번 방문은 15년전인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의 역사적인 영국 방문을 연상시킨다.
당시 고르바초프는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와 회동한 이후 본격적으로 글라스노스트(개방)에 나섰다. 반면 대처는 아직 의심에 찬 서방세계에 그를 보증하는 옹호자가 됐다. 학자들은 이 만남을 냉전 종식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의 방영(訪英)을 서방측의 러시아 끌어안기의 시작임과 동시에 러시아의 대서방 외교공세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더욱이 푸틴과 47세 동갑나기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코소보전쟁 등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대변인’역할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상직적 의미는 배가된다.
푸틴의 외국 나들이는 무엇보다 국내 정치의 안정에 기인한다. 지난달 대선에서 과반수 지지율을 보인 그는 14일 의회로부터 7년간 끌어오던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의 비준을 이끌어내는 통치력을 발휘했다.
물론 푸틴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체첸 인권유린 문제로 그 의미가 퇴색된 측면도 있다. 인권단체들은 규탄시위를 벌였고 영국 노동당내 우파 인사들도 푸틴 방문 초청이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블레어 총리도 이를 감안, 17일 푸틴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체첸 사태에 대해 ‘분명하고 솔직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푸틴은 영국 기업가들을 만나 세일즈 외교를 벌이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환담하는 등 ‘대화할 수 있는 국가원수’임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푸틴은 영국방문에 이어 2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리 요시오(森喜朗)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5월말 ‘상하이(上海) 5’회의, 7월 방중, 7월21-23일 오키나와 선진8개국(G8) 정상회담 참석 등 외교행보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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