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드러머 임민수(40)씨가 비브라폰 주자로도 나서, 비브라폰 특유의 영롱함을 재즈에 녹여 선사하고 있다. 한국서는 기껏해야 호텔 로비 간이 무대 또는 오케스트라의 보조 악기로서만 쓰여 왔던 비브라폰(vibraphone 또는 vibe)이 갖는 화려한 외출이다.3옥타브의 음역, 37개의 금속판, 4개의 봉(捧·mallet), 울림 속도 조절용 모터, 강약 페달. 실로폰이나 마림바의 부드러운 나무 음판 소리에 익숙한 일반인들은 옥구슬 구르는 듯 은은한 울림에 우선 사로잡힌다. 모터를 가동하면, 윙윙 울림이 가세한다. 영롱하던 색채는 이제 아예 현란함으로 변한다.
임씨가 비브라폰과 함께 살게 된 것은 두 달 전 수입 악기상에서 650만원에 구입하면서부터. 1992년 이후 프로 재즈 드러머로 활동해 오고 있는 그는 피아노를 독학으로 연주,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타악적 선율 악기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사실 비브라폰은 드럼과 피아노를 모두 다 알아야 하는 악기의 특성상 미국서도 전체 연주자의 0.1%만이 구사하는 희귀 악기다.
비브라폰은 실로폰, 저음부를 강조한 마림바 등과 함께 봉 악기군(群)으로 분류된다. 흔히 보는 쇠건반 실로폰은 어린이용으로 개조된 것. 최근 마이크 매니어리는 비브라폰에다 첨단 음향기기 미디를 장착해 차세대 악기로서의 새 가능성을 시험, 이 악기의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 ‘My Romance’ ‘So What’ 등 스탠더드 50여곡을 능숙히 연주하는 그는 ‘유리알 유희’ 등 자작곡까지 합쳐 대략 1,000곡을 비브라폰으로 들려주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재즈 최고의 무대인 뉴욕에 서기 위해서 그 정도는 확보해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의 연주는 오후 8시 문글로우(화), 야누스(수) 등 재즈 클럽에서 감상할 수 있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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