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폭락세를 보인 17일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대폭락에 대해 “미국 증시에서 비롯된 사태로 미국 증시의 향방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계 증시중 우리나라가 미국 증시의 상황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심리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블랙먼데이는 예상된 것
현대증권 정태욱이사는 증시 대폭락에 대해 “블랙 먼데이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미 증시의 폭락이 유럽과 아시아증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검증된 결과라는 것이다. 정이사는 그러나 “투자자들이 지나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의 폭락은 궁극적으로 과열경기가 연착륙(soft landing)으로 가기 위한 ‘조정국면의 발현’이라는 게 정이사의 주장이다.
정이사는 국내증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수급의 불균형’이라고 전했다. 외국인와 투신권의 매도세로 환매부담이 줄어들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수급이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미 증시의 폭락이라는 나라밖 악재가 겹쳐져 국내 증시를 혼돈상태로 몰아넣었다는 게 정이사의 설명이다. 정이사는 “당분간은 잘해야 시장지수를 ‘유지’하는 정도”라면서 “일단 이번주 증시는 전적으로 미국시장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800선 회복에 달렸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이사는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향후 장세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해온 800선이 무너지면서 향후 반등에 따른 800선 회복여부가 국내 증시의 명암이 엇갈리는 계기가 된다는 게 김이사의 견해다. 김이사는 “국내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기술적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800선을 넘지 못한다면 반등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전망은 여전히 밝지 못하다는 게 김이사의 예상. 미 증시의 하락세가 끝났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데다 1·4분기때 유지됐던 2·4분기에는 미 증시의 불안으로 2·4분기에는 외국인 순매수기조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은 신규등록종목의 공급물량이 쏟아지는 탓에 고질적인 수급불균형이 심화할 수도 있다.
■심리와 타이밍의 싸움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폭락장세에 대해 ‘심리와 타이밍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은 정상적인 분석기준이 무의미할 만큼 비과학적인 상황이라는 게 홍부장의 설명이다. 그만큼 시장이 전적으로 투자자들의 심리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시장상황에 대응할 만한 정책적인 조치가 부재한 탓에 일단 시장은 미국에 기대야 하는 상황. 문제는 이번주내 무역수지 발표, 신규구직자수 등 미 증시의 하락폭을 부추길 만한 미 정부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부장은 “이번주를 잘 견뎌내야 심리적 지지선인 800선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자서 일어서긴 어렵다
LG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혼자 힘으로 장을 회복하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4분기 내내 기관투자가들은 매도세를 유지해왔고 개인은 단기적인 매수·매도를 반복해왔을 뿐 국내시장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게 황팀장의 설명. 세계경제를 이끌어온 미국 경제가 증시폭락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경우 유럽과 동남아 등지로 충격이 확산, 국내 경제도 ‘경기폭락의 도미노효과’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국내증시는 물론 전세계 시장이 미 증시에 목매달 수 밖에 없는 상황. 황팀장은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매수로 하락폭이 다소 둔화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하락장세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전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