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시아 등 주요 국가들의 증권거래소에서는 하루 종일 ‘팔자’주문이 계속되면서 수천억달러가 투매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일본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日經) 지수는 당초 큰 하락은 없을 것이란 일부 전망과는 달리 개장과 함께 하락세로 출발, 심리적 지지선인 1만9,000엔을 단숨에 무너뜨리기도 했다.
증시관계자들은 “미국시장이 재채기를 하면 다른 모든 나라들은 심한 독감에 걸린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뉴욕 증시의 장세에 따라 폭락세가 계속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의 한 직원은 “이날 하룻동안 ‘사자’는 사람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며 “미국에서 거품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증시에서는 특히 소니와 교세라주를 비롯, 하이테크주에 팔자 주문이 쇄도했으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담의 공동성명에서 ‘엔고 우려 공유’등이 언급되지 않음에 따라 외환시장의 엔화가치 상승과 함께 도요타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은 평균주가의 급락에 대해 “예상한 것이기 때문에 놀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민당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정조회장은 “응급적 대응으로서 공적자금 투입을 포함, 부양책을 도모하겠다”면서“투입규모는 최소한 1조엔 이상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주식시장도 개장 4분만에 항셍(恒生)지수가 1,275.65포인트(7.9%) 하락하는 등 한때 급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최대 타격 종목은 허치슨 왐포아를 비롯한 텔레콤과 미디어 관련주들이었으며 허치슨은 한때 8.98%까지 폭락했다.
코어 퍼시픽 야마이치 연구소의 알렉스 탕 연구주임은 개장 직후 대폭락세와 관련, “투자자들이 뉴욕, 도쿄 등 주요 시장에 이은 동반 하락 가능성을 우려해 경계매물을 내놓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주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해 올 오디너리스 지수가 한때 5.6% 하락했으며 특히 루퍼트 머독 회장의 와병 소식이 알려진 뉴스코퍼레이션의 주가는 15%나 폭락했다.
○…전세계가 어김 없이‘블랙 먼데이’의 공포에 떨고 있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대만 증시만은 1.43% 포인트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앞서 옌칭창(顔慶章) 대만 재정부 정무차장(차관)은 15일 뉴욕 증시 대폭락의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될 경우 5,000억 대만달러(미화 160억달러)의 증시안정 자금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옌 차장은 이날 대만 주가가 한때 5.4%나 빠졌지만 대만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아직까지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만의 경제여건이 건실하며 투자자들이 뉴욕 나스닥 지수의 폭락에 과잉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입력시간 2000/04/17 18:41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