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만화채널 투니버스 ‘You are under arrest’의 호영, KBS ‘명탐정 코난’의 코난, ‘꼬꼬마 텔레토비’의 나나, SBS ‘포켓몬스터‘의 지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성우 최덕희(34)가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는 시청자나 청취자에게 익은 사람이 성우다. 목소리 하나로 모든 것을 표출하는 성우 중 최덕희는 단연 스타다. 천리안을 비롯한 PC통신에는 ‘덕희 다솜’ 등 그녀의 팬클럽이 속속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성우 스타시대를 열었다.
그녀는 투니버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십편의 만화 주인공을 도맡아 더빙을 했다. ‘팜 & 일’의 일 역, ‘요술공주 세리’의 뾰롱이 역 등이 그녀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인물들이다. 그녀는 아역에서 노역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낸다. 일단 대본을 받으면 캐릭터 분석에 들어가고 캐릭터를 수용하는 대상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어 호평을 받은 목소리로 연기를 한다.
노래 한 곡, 영화·드라마 한 편으로 갑자기 뜨는 가수나 배우와 달리 성우는 일반인에게 알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덕희도 1987년 KBS 공채로 입사해 벌써 13년째 성우의 길을 걷고 있다. “목소리만 예쁘면 성우를 할수 있고 성우를 목소리 묘기 부리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구해 연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성우를 시작한 것은 서울예술대학 연극학과에 재학 중 그녀의 대사 전달력을 본 담당 교수가 성우를 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물론 지금은 성우 양성학원도 생겼지만 그녀는 입사해 선배들에게 혼나면서 일을 배웠다. 그녀역시 다른 성우들처럼 좀처럼 자신의 얼굴을 대중에게 드러내 놓지 않는다. 시청자나 청취자에게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선입견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극중 목소리에 기대를 많이 해요. 얼굴을 보면 기대감보다 대부분 실망을 느껴요.”
그녀는 만화, 광고, TV영화, 라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다. “영화에서 산드라 불록이나 지나 데이비스의 목소리는 저라고 생각하면 돼요.” 성우들 중 억대 연봉을 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녀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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