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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근대적 사회비판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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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근대적 사회비판서 출간

입력
2000.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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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여년의 격차를 두면서, 중국의 전근대적 사회현실을 비판한 두 권의 중국 서적이 최근 번역·출간됐다. 350여년전에 쓰여진 한 권은 전제 군주제를 비판하며, 근대적 개혁의 단초를 제시했고, 2000년 문턱에 쓰여진 또 한권은 여전히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전근대성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근대로의 개혁이 여전히 ‘진행형의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전제 왕권의 부패상이 극에 달하던 명말청초 시기, 황종희(黃宗羲·1610-1695)가 ‘명이대방록(明夷待訪錄·한길 발행)’에서 외친 사상은 왕도정치 이상이었다.

민주군객(民主君客). 백성이 천하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부패한 왕조 교체를 넘어선 근본적인 세계관의 변화였으며, 근대적 정치사상의 단초였다. 이런 개혁사상으로, 손문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비유하며 그를 ‘중국의 루소’라 불렀고, 이 책은 19세기 중국 지식인들의 필독서가 됐다.

‘명이’는 64괘의 하나로, ‘밝은 태양이 땅 속에 빠져 들어간 상태’, 즉 암흑시대를 의미한다. 결국 ‘명이대방록’은 암흑시대에서 새시대를 기다리는 책이다. 황종희는 이 책에서 군주론, 신하론, 법제론, 토지제도, 회계제도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부패한 왕조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한편 새로운 개혁사상을 내놓는다. 민주군객의 정치사상과 함께 그는 세금의 경감을 통한 부민론(富民論), 사농공상의 신분관을 배격한 공상개본(工商皆本) 등의 경제사상을 주장한다.

350여년전 그의 근대적 개혁사상은 중국에서 완료되었는가? 1996년 나온 ‘전원시와 광시곡’(이산 발행) 은 여전히 중국이 전근대와 근대의 교착지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부 역사학자인 친후이(秦暉)와 쑤원(蘇文)은 이 책에서 관시(關系), 다궈판(大過飯), 철밥통(鐵飯碗) 이란 말로 대변되는 중국의 봉건적 굴레를 파헤친다. ‘관시’는 여전히 중국 사회는 지연·혈연 등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음을, ‘가마솥에 밥을 지어 다 함께 나눠 먹는다’는 평균주의를 뜻하는 ‘다궈판’은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는 수동적 체질을, ‘철밥통’은 한번 직업을 얻으면 능력과 상관없이 영속적으로 직업을 보장받는 관료주의 세태를 보여준다. 봉건적 굴레가 중국사회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성과 합리성이 부족해서 문제인 나라에 포스트모더니즘은 언감생심이다. 저자는 일부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부는 근대비판과 반이성 열풍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반이성은 또다른 전제(專制)를 낳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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