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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1호 이름값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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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1호 이름값 못한다

입력
2000.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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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사한 아리랑1호가 ‘국내 첫 다목적 실용위성’이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2월 서울 잠실지역과 구미공단지역을 촬영한 전자광학카메라(EOS)사진과 한반도를 촬영한 해양관측카메라(OSMI)사진을 공개, 성능을 자랑했지만 정작 위성사진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엔 눈을 감았다.황사가 심한 3-4월, 최근 강원지역의 산불에도 아리랑1호는 무관심했다. 오히려 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가 운영하는 우리별3호는 저예산, 저해상도임에도 17일 강릉지역을 촬영, 강릉의 재해면적이 1,500㏊로 추정된다는 자료를 냈고 며칠 전 미국 북미해양기상청(NOAA) 위성은 강원 산불의 검붉은 연기를 포착했다.

이에 대해 항우연측은 “이러한 영상자료에 대한 요청이 없었다”는 ‘태평스런’ 반응이다. 항우연 위성운영센터 백홍렬센터장은 “아리랑1호는 공공목적에 따라 사용자그룹에 등록된 기관의 요청이 있을 때 사진을 배포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예컨대 황사사진의 경우 등 기상청 등 사용자기관이 대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영상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분석기술을 연구하는 단계”라고 대답했다. 즉 아리랑1호 카메라의 성능은 좋은데 그 영상을 분석할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아리랑1호가 5월까지 시범서비스 기간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는 있지만 이대로라면 시범서비스 기간이 끝난 6월 이후에도 달라질 지가 의문이다. 아리랑1호 영상자료 활용계획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안전과 자연재해는 주임무보다 우선등급이라고 규정돼 있음에도 막상 항우연측이 황사나 산불을 ‘우선등급의 자연재해’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1호는 실제로는 지도제작과 해양관측 외에는 아무런 쓸모나 목적이 없는 셈이다. 2,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우리 위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다시 점검할 때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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