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大폭락 스케치사상 최악의 ‘블랙 먼데이’ 충격파에 17일 하루내내 휘청거린 증권투자자들은 차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18일 새벽도 하얗게 새웠다.
“혹시나…”하는 일말의 기대감과 더 폭락할 수도 있다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우리 증시전망의 지표가 되는 뉴욕, 런던 등 세계 주요도시의 증시상황을 밤새 인터넷으로 체크하는 등 전전긍긍해하며 밤을 보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11시 개장한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의 움직임은 단연 최대 관심사.
자영업자 황모(32)씨는 “15일에도 나스닥 폭락소식에 블룸버그통신과 아시안차트 등을 통해 나스닥 주가를 보며 장이 마감하는 새벽 6시까지 꼬박 지샜다”며 “오늘도 밤새 나스닥 장세를 지켜본 뒤 날이 밝는 대로 바로 주문을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식에 돈을 넣은 직장인들은 낮부터 나스닥과 야후 홈페이지, 인터넷 나스닥시황방송 등에 귀를 기울이며 안절부절못했다.
회사원 조모(31)씨는 “종일 블룸버그통신에서 제공하는 인터넷방송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일했다”며 “어차피 집에 가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야근을 하면서 나스닥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김모(32)씨는 “미국과 유럽 증시의 등락여부를 파악키 위해 경제관련 케이블TV를 새벽5시에 맞춰놓고 잘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와 명동 증권타운, 강남 테헤란 밸리 일대 술집에는 밤늦게까지 삼삼오오 모여 ‘동병상련’의 심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명동 뒷골목 주점에서 만난 이모(67)씨는 “가족과 의논하기도 창피해 ‘객장친구’들과 소주나 한잔하면서 반이라도 챙길 방법을 연구중”이라면서 “정부가 어떻게든 손을 쓰지 않겠느냐”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증권사 김모(32)대리는 “동료들과 홧술을 마시다 어차피 팔긴 늦었으니 무조건 기다리기로 ‘도원결의(桃園決意)’를 했다”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객장 표정
○…그러나 이날 낮 대부분의 증권사 객장은 뜻밖에 차분했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적은 투자자들이 객장을 지켰고 항의나 고함도 별로 들리지 않았다. 오전 9시4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매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투자자들은 그저 “올 것이 왔다”는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대우증권 일산 마두지점 박주창(朴柱昌) 지점장은 “예전 같으면 모두들 팔아달라고 아우성칠텐데 의외”라며 “더이상 어찌해볼 수 없다는 체념의 분위기만 가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객장에서는 “도대체 정부는 뭘 했느냐”“나스닥과 한국증시가 왜 같이 가야 하느냐”는 등의 고함소리가 터져나왔고 증시를 떠나겠다며 돈을 인출하는 투자자도 속출했다.
한 투자자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쉰한번째 주(州)임을 공식 확인한 날”이라며 “모두가 나스닥만 바라보며 묻지마 투기를 했던 결과”라고 자책했다. 모 증권사 객장에서는 하한가에 과감하게 주식을 팔아치운 일부 투자자가 주위로부터 “용기있다”“장하다”며 박수를 받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책임론도 등장했다. 여의도 B증권 본점에서 투자자 최모(58·여의도동)씨는“언론이 요란을 떨어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에 몰아넣었다”며 취재진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인터넷에도 “폭락의 일등공신은 ‘검은 월요일’을 과장보도한 언론”이라는 글이 띄워졌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