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문대학인 런던정경대(LSE)가 한 여자 강사가 제기한 성차별 소송에서 패소했다. LSE 강사였던 헬렌 머서(43)박사는 유산 후 4개월간 쉰 것을 이유로 1998년 교수 임용에서 연구업적이 자신보다 부실한 남자 후보가 선택됐다면서 런던 고용법정에 대학을 제소, 13일 승소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머서 박사가 LSE 강사에 채용된 것은 95년. 3년 계약으로 기업사를 가르쳤다. 그동안 머서 박사는 기업사 관련 책을 저술, 자신이 속한 과가 학과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데 기여했다. 이때문에 97년 10월 재임용 평가 때만 해도 LSE의 한 교수는 “머서 박사는 우리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산 때문에 4개월을 쉰 후 교수 임용에 응모하자 그 교수를 포함한 면접관들은 머서박사가 아기를 낳기 위해 또 쉴 수도 있지 않겠냐며 평생직에 의문을 제기했다. 머서 박사는 “교수 임용에 왜 내가 부적격이냐고 묻자 다른 후보자가 LSE의 자금조달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명문대일수록 아기를 낳고 키워야 하는 연령대의 여성은 아무리 교육능력과 경험이 있어도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머서 박사는 7살 난 딸을 두고 있다.
런던 고용법정은 내달 LSE의 성차별 행위에 대한 보상에 대해 판결한다. 머서 박사는 “이번 승소로 여성이 조직에 덜 기여한다는 세상의 편견과 내 자질에 의문을 가졌던 이들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그러나 그동안의 손실은 누가 보상해주겠는가”고 한탄했다.
머서 박사가 속한 대학강사연합회 데이비드 트라이스먼 사무총장은 “머서의 소송이 고등 교육을 받은 계층에서의 성평등 논의를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제3의 길’저자인 저명한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학장으로 있는 LSE는 더타임스가 최근 조사한 영국대학 순위에서 8위를 차지한 명문대다.
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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