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부터 어두운 이미지로 대표되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군 기무사령부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기무사령부는 17일 87년이 지나 심하게 노후한 이 건물을 내년에 헐고 2003년 말까지 같은 자리에 4층짜리 현대식 건물을 신축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복궁을 마주하고 청와대로 향하는 길 오른편에 위치한 기무사령부 건물은 1913년 일제에 의해 경성의대 부속건물로 지어졌고, 광복 후 육군수도병원으로 활용되다 71년 8월부터 기무사령부(당시 보안사)가 홍릉에서 이전해 둥지를 틀었다. 보안사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군사정권시절에는 일반인들이 접근조차 꺼리는 건물이었고, 현재도 사진촬영 등은 금지돼 있다.
80년대 이후 기무사 주변에 대형 갤러리들이 차례로 들어서‘문화의 거리’란 별칭까지 얻게 되자 이미지가 정반대인 기무사 건물이 문화계와 시민들의 눈총을 받았다. 기무사측은 이 때문에 한때 교외 이전을 추진했으나 마땅한 부지가 없는데다 이전비용이 너무 많아 그 자리에 남아 건물을 신축키로 했다.
기무사측은 “문화거리의 특성에 부합하고 국민들에게 한걸음 다가선다는 의미로 도로와 맞닿아 있는 현 사령부 자리에는 공원 등을 조성하고 뒤편에 사령부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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