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외환시장에도 미 증시 폭락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 경제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경(硬)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되며 달러가 동반 하락한 때문이다.달러화는 14일 뉴욕시장에서 104.75엔으로 거래를 마쳐 전날(105.84엔)보다 1%이상 떨어졌다. 유로당 가치도 1% 가량 떨어진 96.24센트로 마감됐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신경제’를 지지했던 강한 달러의 위상을 흔드는 것이자, 세계 외환시장에 일시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낳고 있다.
달러 가치의 급락 가능성은 세계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대외불균형’을 대규모 외국 자본으로 해소해 왔으나 외자(外資)가 이탈할 경우 자국의 경제 감속, 세계 경제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은 자본 순(純)유입액이 1998년 2,000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최대 자본수입국이 됐다. 지난해 자본 순유입은 3,782억달러. 미국내 외국인 소유 자산도 해외의 미국소유 자산보다 1조2,000억달러 더 많은 상태다. 미국은 이처럼 밀려드는 달러로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대규모 투자로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됐다.
달러 약세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이후 신흥시장국의 제품을 사들이며 세계경제를 회복시켰던 ‘성장 엔진’'이 식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환란국가의 회복세 지속도 불투명해진다. 또한 아직 유럽과 일본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어서 미국에서 외자가 이탈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선 거대한 자금이 떠돌며 세계 환율 불안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물론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더라도 이미 구조화한 미-유럽-일본의 성장 격차가 장기적인 불안의 진원지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외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달러가치가 떨어져야 하지만 고성장에 고무된 자본 유입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달러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국제통화 가치 안정의 복병이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 등을 위해 민간 저축을 독려하고, 유럽과 일본의 성장 촉진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지난해 사상 최저수준인 1.5%로 낮아져 제로수준에 근접해 있고, 유럽과 일본의 자세도 복잡한 국내 사정 등으로 미온적이다.
이와 관련,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은 15일 워싱턴에서 외환시장과 세계경제 안정화 대책을 논의했으나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약효’가 먹힐지는 미지수이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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