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의 사상 최대 동반 폭락으로 당분간 국내증시는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특히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증권시장 기조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함에 따라 이번 대폭락의 파장은 올들어 몇차례 있었던 미국증시 폭락 때의 ‘하루 충격’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 이들은 지난달 거래소시장에서 3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수급불균형에 시달리는 국내증시에서 유일하게 주가를 떠받쳐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매수 규모를 줄이는 추세. 이달들어 3,000여억원의 순매수만 했을 뿐이며 14일에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을 중심으로 1,7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이번 대폭락은 외국기관들의 환매 부담을 가중시켜 국내증시에서의 매도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일부 증시전문가는 이들의 증시 이탈 가능성을 들어 종합지수 전저점(거래소시장 793포인트, 코스닥시장 176포인트)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미국증시 폭락→외국인 이탈→주식 투매→주가 폭락→주식 투매’의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金鏡信) 이사는 “주 초반 지수가 떨어진 뒤 단기반등은 있겠지만 거래소 800선 이상, 코스닥 200선 이상이 유지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 미칠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미국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 애비 코언, 메릴린치 수석분석가 리처드 맥케이브 등이 첨단기술주에 대한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하는 등 기술주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등록기업들의 유·무상증자에 따른 추가 등록물량이 4-6월 6조원 가까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며, 신규등록분을 감안하면 2·4분기 물량공급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충격은 있겠지만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국내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도 3,200선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증시 대폭락의 파장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5일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이 선진7개국(G7)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전하며,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저지될 것 같다”며 미국의 인플레와 관련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아 미국증시의 반등도 기대된다.
이밖에 무디스의 국내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기업실적 호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북한 특수, 조속한 금융권 구조조정 등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소시장은 780-790선, 코스닥시장은 170-180선에서 강한 지지를 받으며 지속적인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
마이다스에셋 김기환(金基煥) 상무는 “국내증시는 이미 수차례 급락하는 과정에서 바닥권을 형성했기 때문에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적다”며 “특히 내년 상반기가 경기 정점인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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