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 계속된 산불이 생태계 50년을 날려버렸다.지난 7일 고성, 강릉, 삼척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은 경북 울진 지역까지 마수를 뻗쳤다. 이번 산불로 강원도 동해안 일대 생태계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환경전문가들은 자연적 치유과정과 인간의 노력을 통해 산불 피해가 완전 원상회복되는 데는 최소 50∼10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최북단 지역인 고성쪽을 보면 1996년 대형 산불의 후유증이 그대로 남은 상태에서 다시 한번 폭격을 맞은 셈이어서 가히 치명적이다. 고성군은 2001년까지를 목표로 97년부터 매년 500㏊씩 나무를 새로 심고 사방공사를 해왔으나 이번 산불로 상당 부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불이난 지역 대부분은 30∼50년생 소나무군락이 주류를 이루면서 신갈나무 굴참나무 사스레나무 군락도 간간이 눈에 띈다.
산불은 나무만이 아니라 작은 벌레는 물론, 땅속의 미생물과 각종 양분까지 모조리 태워버린다. 먹이사슬의 토대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이다. 특히 강원 동해안 지역은 화강암과 석회암이 많고 건조한 산성 토질이어서 표토(表土) 형성이 어렵다. 따라서 이끼류같은 지피(地皮)식물이 소실되면 조금만 비가 내려도 토양이 씻겨나가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새로 조림을 해도 고사율이 높고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고성 지역의 경우 96년 산불로 이미 교목·관목류가 54종에서 24종, 초본류는 81종에서 72종으로 줄었다. 그나마 열성집단은 우성집단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다.
또 산불이 나면 주변 일대 수질은 탄화부유물이 급증하고 부영양화가 급속히 진행돼 수중생물은 거의 멸종한다. 야생동물은 산불 발생후 2∼3년간은 찾아볼 수 없으며 포유동물은 장기간 접근하지 않는다.
특히 야생송이를 연간 30억∼50억원어치씩 채취하던 고성 지역은 송이균사가 대부분 소멸했고 땅속 깊이 박혀 있던 균사도 공생기주(소나무)가 불타 1∼2년내에 모두 사멸하게 된다. 따라서 30∼50년 이상된 소나무밭에서만 채취가 가능한 송이는 소나무를 다시 심고 30∼50년이 지나야 겨우 채취를 재개할 수 있다.
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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