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어른들과 무너진 가정이 또 살인마를 키워냈다.총 10명을 살해, 75년 김대두(17명 살해·사형)이후 최대의 살인마로 기록된 정두영(31·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역시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채 세상을 향한 맹목적인 적개심을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 성장배경과 주변
부산에서 시계수리업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3남1녀중 막내로 태어난 정의 인생은 2살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재가해나간 뒤부터 뒤틀리기 시작했다. 정은 삼촌에게 맡겨졌다가 5살때 형제들과 함께 고아원에 넘겨져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했다. 결국 15살때인 83년 초 고아원을 뛰쳐나온 뒤 곧바로 범죄에 뛰어들었다.
86년 5월 부산 S초등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던 정은 한달 뒤 수영구 망미동에서 자율방범대원 김모(43)씨를 대상으로 첫 살인을 저질렀다. 정은 복역 12년만인 98년 6월 출소 뒤에도 특수절도로 두차례 복역한 뒤 지난해 3월 출소했다.
정을 수사중인 부산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정의 큰형(37)도 장물아비 노릇을 하다 구속되는 등 형제 모두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 범행동기와 정신상태
정은 “마음껏 돈을 쓰면서 남들처럼 살고 싶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실제로 정은 ‘정상적인 삶’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올해 2월부터 큰형 동거녀의 동생인 박모(20·여)씨와 동거하면서 강탈한 금품 중 7,300만원을 박씨의 통장에 입금시켰고 박씨는 1,000만원을 떼어내 해운대구 아파트를 전세계약했다.
정은 복역 중 검정고시로 고졸자격을 땄는가하면 동거녀 박씨의 부모들로 부터는 “술·담배도 못하는 착하고 건실한 사윗감”으로 인정받는 등 극단적인 이중성을 보였다. 정은 “내 속에 악마가 살고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전문가 분석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66)소장은 “어릴때 부모로부터 사랑과 도덕의식을 받아들여 양심을 형성하는 과정이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학과 신민섭(申敏燮·40·여)교수도 “가정에서 양심과 도덕 등 사회 규범에 대해 전혀 훈육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으며 국립정신병원 신경정신과 오동열(吳東烈)과장은 “어릴 때의 피해의식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이상심리를 형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 살인·강도 행각
정은 지난해 6월2일 부산 서구 부민동 손모(69·여)씨 집에서 가정부 이영자(59.여)씨를 흉기로 살해했고 9월15일에는 서구 동대신동 2가 모빌라 이모(42.여)씨 집에서도 가정부 조풍자(54·여)씨를 살해했다. 이어 10월2일 울산 남구 옥동 박모(60)씨 집에서 박씨의 아내 김모(54)씨와 아들 (24·대학원생)을 살해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달 11일 부산 서구 서대신동 박충기(43)씨 집에서 박씨의 처형 김업순(48)씨와 가정부 김태순(55)씨를 살해하고 박씨의 아내 김필자(39)씨에게 중상을 입힌 뒤 6,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탈했으며 이달 8일에는 동래구 온천동 DCM철강 정진태(76)회장 집에서 정회장 부부와 파출부 등 3명을 흉기로 살해한 뒤 벤츠승용차와 롤렉스시계 등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정은 이외에 11일 경남 마산시 무학소주 최위승회장 집에 들어가 김모씨에게 중상을 입히는 등 8차례의 또다른 강도행각을 벌였다.
경찰은 “정이 출소후 1년동안 13건의 강도짓을 저지르면서 9명을 살해하고 8명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1억원 이상의 금품을 강취했다”고 밝혔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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