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선 미 증시의 흔들림이 아시아 증시를 위협하고 있다.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재경고한 13일(현지시간) 나스닥 및 다우존스 공업평균 지수가 동반 급락하자 곧이어 개장된 아시아 증시도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고평가된 첨단 기술주의 제자리 찾기”라는 해석도 있지만, 미 경제의 경(硬)착륙 및 세계 경제 침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린스펀 FRB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인플레이션 조짐은 없으나 국민들의 소비지출 열기가 인플레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개월간 FRB가 단기금리를 다섯 번이나 올리지 않았더라면 경제에 손상이 갔을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최근 주가와 관련, “금융시장은 신경제와 구경제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증시는 그린스펀의 경고에 즉시 반응해 나스닥 지수가 92.85포인트(2.46%) 떨어져 3,676.78포인트로 장을 마감한 것을 비롯, 다우 지수도 201.58포인트(1.81%) 하락해 11,000선이 다시 무너졌다.
나스닥 지수는 나흘장 연속 급락하며 770포인트 가까이 빠져 지난달 10일의 최고치(5,048.62) 대비 하락률이 27%로 깊어졌다.
아시아 증시도 미 증시 움직임에 동조해 홍콩 항셍(恒生)지수가 14일 오전 307.69포인트(1.9%) 떨어졌고 대만의 지아취엔(加權)지수도 287.99포인트(3.0%) 하락했다.
전날 306.79엔(1.5%) 떨어졌던 일본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개장 초 심리적 지지선인 20,000선이 붕괴됐다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91.74(0.4%)엔 떨어진 20,434.68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증시의 이런 동반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미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침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미 증시가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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