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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촌이 논을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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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촌이 논을 사면…'

입력
2000.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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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얘기는 남이 잘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상황의 설명이다. ‘남들은 잘도 풀려 가는데 나는 왜 이래…’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세상살이를 더욱 고달프게 한다.무릇 이런 상황은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치열한 무한경쟁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의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이웃 나라의 불행이 자신들에게는 오히려 덕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대중대통령의 적극적 이니셔티브로 합의된 남북 정상회담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공식적으로는 ‘햇볕정책의 눈부신 성과’라고 반기면서도 내심 허탈해 하는 국가들이 많은 것 같다.

주로 “한반도문제 해결은 직접 당사자인 남북한이 만나야 한다”고 그동안 북한을 설득해왔던 나라들이다. 한반도 문제의 지렛대였던 자신들을 제치고 남과 북이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에 합의하자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들에게 있어 정상회담 소식은 충격 그 자체다.

■혹 통일된 한반도 위상이 그들의 머릿속을 짓누르고 있지는 않을까. 200만명이 넘는 잘 훈련되고 무장된 병력, 당장이라도 개발이 가능한 핵무기, 게다가 세계의 주요도시까지를 사정권안에 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발사가 가능한 나라. 생각만 해도 아찔한 거대한 군사대국 하나가 자신들 앞에 우뚝 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은 환영성명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에 대해 계속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주문이자, ‘통일한국’에 대한 곤혹스러움이 배어나는 표현이다.

세상엔 ‘사돈이 논을 사면…’뿐 아니라, 심지어는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라는 ‘놀부심보’까지 있다. 총선도 끝났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것이 7,000만 민족을 위하는 길인지,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보자. 그리고 사려깊게 행동하자.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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