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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00.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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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범위 간과가 실수“민주당 112석, 한나라당 95석…민주당 제1당…”(KBS·SBS)

“민주당 107석, 한나라당 100석…민주당 제1당…”(MBC)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13일 오후 6시 일제히 시작한 개표 방송의 첫 발표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자신있게 보도한 출구조사 내용은 개표가 진행되면서 1당이 바뀌는 등 개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여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오보를 한 셈이 됐다. 이번을 계기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킨 방송 3사의 선거방송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송 3사는 한국 갤럽, 미디어 리서치를 비롯한 5곳의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선거 사상 처음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를 과신했다. 방송 전부터 3,000여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릴 수 있는 오차범위 내의 선거구가 40여 개에 달한다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의석수를 산술적으로 계산해 성급하게 발표해버렸다. 물론 자체적으로 논란이 있었으나 유권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KBS와 MBC는 또 개표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오차 범위를 감안하지 않고 1위 예상자를 경쟁적으로 앞다투어 발표해 많은 지역구에서 결과가 틀리게 나왔다.반면 SBS는 1위 예상자를 발표하면서 예상 득표율에 표본 오차까지 감안한 범위를 보여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 3사의 선거방송 경쟁이 치열한데다 시청자들이 1위 득표자에만 관심을 갖는 성향 때문에 성급한 예측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방송사에선 예측보다가 실제 의석과 크게 다르게 나타났는데도 사과 대신 변명으로 일관해 많은 시청자들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방송 3사의 예측보도가 나간 뒤 개표가 진행되면서 출구조사 결과가 틀리게 나오자 방송사에는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네티즌들은 PC통신등을 통해 방송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각 방송사는 이번 선거방송에 대한 책임자 문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와 시청자단체뿐만 아니라, 방송사 내부에서도 국민들을 혼란으로 몰고간 이같은 선거방송 방식에 대해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개표방송에 대한 준칙을 조속하게 마련해야 하고 선거방송에 대한 심의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신뢰할 수 없는 예측보도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각 방송사마다 임의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경쟁하지 말고 방송사들이 합동으로 조사하거나 외국처럼 자체 조사기관을 만들자는 의견도 대두됐다.

이번 개표방송은 출구조사의 오류를 제외하고는 사이버 캐릭터, 가상 스튜디오 등 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다양한 그래픽 화면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MBC는 KBS와 SBS에 비해 선거방송을 매끄럽게 진행하고 다양한 화면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BS는 초미의 관심사항인 개표방송을 철야로 중계하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를 내보내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과연 옳은 자세였나 하는 지적이 내부에서 일고 있다.

한편 이번 개표방송(오후 6시-12시)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률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지난 15대 총선때 41.6%의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KBS의 이번 시청률은 16%에 불과했고, MBC는 13%였다. TNS가 발표한 시청률 역시 낮게 나타났는데 MBC 11.9%, KBS 11.8%, SBS 4.3% 였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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