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뷰4.13](1) 전문가 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뷰4.13](1) 전문가 대담

입력
2000.04.15 00:00
0 0

"여소야대 인위적 개편말고 '동반자정치'펴라"새 밀레니엄의 첫 선거였던 4·13총선이 많은 화제를 남기고 끝났다. 한국일보는 ‘리뷰 4·13’이라는 기획을 마련, 전문가대담과 기고를 통해 제16대 총선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정치문화 개선책을 모색한다.

이 기획의 첫번째로 정치학자 김용호(金容浩·48·한림대)교수와 임혁백(任爀伯·48·고려대)교수가 만나 4·13 이후의 정국을 조망한다.

두 교수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국민들이 개혁과 견제의 필요성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여소야대정국을 탈피하려는 인위적 개편보다 여야가 새로운 민주적 틀 속에서 국정의 동반자가 되는 정치를 펼쳐줄 것을 주문했다.

●각 정당의 승인과 패인

김용호교수=이번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희비가 엇갈린 데는 어느 때보다 강해진 지역주의와 이번 선거가 집권당이 패배하기 쉬운 중간선거였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민주당이 제1당이 되지 못한 이유로는 구조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먼저 구조적으로는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렀고 영·호남의 지역주의가 완강한데 호남의 의석수가 영남보다 절대적으로 적은 점, 집권당에 비판적이게 마련인 ‘중간선거’의 특성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상황적 요인으로는 민국당이 탄생하자 한나라당이 반DJ정서를 적극 활용하면서 인물론을 차단하고 지역대결화를 유도한 것이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민련의 몰락은 JP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와 이인제(李仁濟)라는 새로운 리더십의 부상과 함께 충청지역에서마저 시민단체의 인물론 자질론을 차단하는 데 전략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임혁백교수=한나라당이 제1당의 자리를 굳히기는 했지만 질적으로 좋은 모양새는 아닙니다. 133석 가운데 64석이 영남의 싹쓸이 표였기 때문이죠.

영남 석권은 1997년의 대선에서 이인제(李仁濟)후보에게 표를 분산, 김대중후보를 대통령을 만들어주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한 개인적 호감도보다는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투표(S trategic Voting)를 한 결과입니다.

또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에 맞춰 수도권에 신진인사를 공천하고 잠재적 경쟁자인 구 정치인들을 탈락시킨 한나라당 지도부의 전략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정치개혁, 시민운동권의 낙천·낙선운동, 정상회담 등 좋은 분위기가 이어졌는데도 이를 표로 연결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남과는 달리 시민단체의 인물론 자질론을 반대당이 적극 활용하는 선거가 전개된 것도 자민련에게는 패배의 원인이 됐습니다. 정당에 관계없이 정치신인들이 대거 진출하고 386세대가 승리를 거둔 것은 개혁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김용호=군소정당으로 눈을 돌려보면 민국당은 이념적 정체성이 분명하지 못해 실패햇습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주도했던 국민당의 ‘경제를 살리겠다’, 꼬마 민주당의 ‘지역구도 타파’정도의 명분도 없었습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뚜렷한 계급주의를 토대로 ‘의미있는 경쟁자’로서의 위치를 굳혔습니다. 다음 선거에서 큰 기대를 걸게 합니다.

임혁백=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지 못한 것이 군소정당의 원내진출 실패의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이 제도는 1870년 덴마크에서 채택된 이후 소수 집단을 원내로 끌어들인 일등공신입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내부의 갈등으로 울산 창원등 당선가능권 후보를 적극 지원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됐습니다.

●시민 운동의 개선방향

김용호=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시민단체의 화려한 등장입니다. 시종일관 시민운동권이 선거의 이슈를 주도했습니다.

그 결과 총선시민연대가 낙선대상자로 꼽은 후보가운데 70%가 떨어졌습니다. 성과가 큰 만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우선 낙천·낙선대상자의 선정기준이 좀더 명확해야 하겠고 준비과정도 철저해야 겠습니다. 아울러 시민단체의 잇딴 정보공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자 정보공개와 맞물리면서 유권자들에게 어떤 정보에 비중을 둬야 할지에 대한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이와 함께 낙천·낙선

운동은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 투표율을 현격하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습니다. 후보자를 낙천낙선시키는 부정적 캠페인은 선거제도와 공천제도의 개선운동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시민단체 간의 입장조율이 제대로 안되고 경쟁하는 양상마저 보인 것도 앞으로 개선돼야 할 점입니다.

임혁백=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선진국 후진국 가릴 것없이 이 운동은 효용성이 입증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낙천·낙선운동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사전·사후의 운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선거 전에는 유권자들에게 표를 어떻게 찍어야 잘 찍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교육활동을 벌어야 하고 선거 후에는 당선자에 대해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_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 정치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또 다시 노정됐다고 봅니다.

●정치권이 할 일

김용호=이번 선거는 결국 여당의 완전한 승리도, 야당의 완전한 승리도 아닌 상태로 끝났습니다. 이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한 여당은 정국운용의 안전성을 위해 무소속 당선자과 군소정당에 대해 흡수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화 이후 우리정치에서 여소야대의 이중정통성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를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뒤바꾸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방법입니다.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점을 인정하고 야당의 동의를 얻어 정치를 해야 합니다. 김대중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얻기 위해서도 정계개편보다는 이런 방식이 적합합니다.

임혁백=한나라당이 지금까지 대여공세를 늦추지 않고 대결구도를 이끌어온 것은 정권출범 초기에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인위적 다수는 의미가 없어요.

김용호=지역주의는 한층 강화한 느낌입니다. 충청권에서 지역주의 약화가 보인다고 하지만 새로운 지역맹주를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적 현상일 수도 있어요. 이는 야당이 단순히 지역주의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정부요직의 인사와 지역개발에서 편중이 확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역주의의 피해자인 김대통령이 집권 이후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았는데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임혁백=충청권의 3당 분점과 호남에서의 무소속 약진은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국민 정서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철저한 분권주의와 연방주의를 제안합니다. 중앙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를 놓고 지역 대결이 심화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분권주의와 연방주의는 통일후에도 남북화합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선거에서 여성 계급 세대 등 다양한 문제가 다뤄지지 않다보니 이슈가 지역문제로 귀결되고 맙니다. 선거담론이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절실합니다.

김용호=선거제도에도 보완할 것이 많습니다. 후보의 신상을 공개할 때 항목이나 절차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재산은 후보와 가족소유분을 모두 공개하는데 재산세는 후보 관련부분만 공개합니다.

임혁백=인터넷등 뉴미디어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으니 이를 통한 선거운동 방법을 선거제도에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진행=임철순 편집국 국차장 yimcs@hk.co.kr

/정리=이은호 기자 leeeunho@hk.co.kr

■김용호

서울대 정치학과, 동 대학원 졸 미 펜실베이니아대 정박 통일원 정책자문위원 국제정치학회 국제협력위원장

■임혁백

서울대 정치학과 졸 미 시카고대 정박 미 조지타운대, 듀크대 객원교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현)

입력시간 2000/04/14 20:2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