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자민련명예총재는 13일 저녁 개표이후 이틀동안 당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부영(趙富英)선대본부장은 14일 아침 선거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JP의 신당동 자택을 찾아 면담을 요청했으나 JP는 거절했다.자민련의 총선 참패로 정치인생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JP가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 자민련의 의석은 50석에서 17석으로 줄어들었다. JP가 13대 총선때 창당한 신민주공화당의 의석이 35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JP의 살림은 최소 규모가 됐다.
그동안 집권세력으로부터 팽(烹)당했을 때만 해도 JP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다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텃밭인 충청권의 유권자들 스스로 자민련에 등을 돌렸기 때문에 수습책 마련이 쉽지 않다.
JP는 3당합당이후 치러진 14대총선에서 공화계 인사들이 참패하자 신당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당분간 ‘침묵 정치’를 할 것 같다.
‘오뚝이’ 같은 정치생명력을 보여왔던 JP는 일단 자민련의 캐스팅보트력을 활용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독자적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조부영 본부장은 “JP는 당분간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사람을 만날 입장이 아니며 당내를 추스른 뒤 독자적으로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민국당과의 통합도 시도한다는 전략이지만 이같은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느슨해진 JP의 지도력으로는 당을 독자적으로 끌고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자민련이 민주당이나 한나라당과 통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민주당, 한나라당과의 공조 또는 통합 가능성이 모두 있지만 아무래도 민주당쪽과 손잡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다만 민주당과 합칠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JP의 정계은퇴론’이 거론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JP가 당분간 이한동(李漢東)총재에게 모든 당무를 맡기고 2선으로 후퇴할 개연성은 있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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