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진단과 대책한나라당은 14일 선거결과를 “김대중정권의 거짓과 독주, 국정파탄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으로 규정했다.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은 “현명한 유권자들이 우리당의 ‘현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 주었다“고 자평했고, 이원창(李元昌)선대위대변인은 “유권자들이 야당에게 건전한 견제능력을 부여하기 위해 힘을 몰아 주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도 여권의 정계개편 시도 가능성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이대변인은 “민주당이 의원 빼내가기를 통한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기미가 포착되고 있다”면서 “현 정권이 무모한 정계개편을 기도한다면 국민과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위원장도 “총선에서 국민이 정해준 것을 누구도 마음대로 변경해선 안된다“며 “우리당이 아무 근거 없이 괜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고 부연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향후 정국운영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몇가지 핵심 포인트에 검찰의 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 추이를 포함시켜 놓고 있다.
한 당직자는 “여권과 검찰의 의도를 봐가며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당이 과반에 가까운 물리력을 확보하고 있는만큼 여권이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융단폭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권·관권선거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권 발동은 국회소집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므로, 여당의 태도를 지켜본뒤 대응강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남북정상 회담 문제도‘국민에게 경위를 알리고 야당의 협력과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을 전제로 협력할 예정이다.
/홍희곤기자
민주당은 14일 총선결과를 ‘절반의 승리, 미완의 성공’이라고 결론지었다.스스로 내린 민주당의 진단대로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에 승리를 거둔 것은 그 자체로 크게 평가할만 하다. 또 원내 제1당에는 실패했지만 15대 총선때에 비해 의석수를 대폭 늘린 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성과이다.
오히려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은 한나라당에 1당을 내줬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그렇게 된 배경, 즉 어느덧 철옹성이 돼버린 ‘영남 정서’다. 민주당은 수도권의 압승 구도가 다소 허물어진 데에도 이 영남 정서가 한 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민주당이 그릴 정국 그림에는 밖으로 영남 정서를 지속적으로 달래면서 안으로는 국정안정을 위해 여권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기본축이 될 수 밖에 없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에 ‘대화와 협력의 정치’‘대승적 차원의 국정 동반자’‘남북관계에서의 초당적 협력’등을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2002년 대선을 의식한 한나라당의 ‘제몫찾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전망은 그리 녹록치 않다.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역사적 결실과 집권 후반기 개혁의 지속을 위해선 당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을 뒷받침해야 할 때이지만 당장 국회운영에서의 과반의석 확보가 벽에 부딪혀 있다.
여권 재결집을 위해 자민련과의 공조회복은 물론 “합당밖에 길이 없다”는 얘기도 벌써부터 흘러 나온다.
그러나 자민련 의석을 합쳐도 과반의석인 137석에 1석이 모자란다. 군소정당 및 무소속 영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차분히 정리한 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당의 진용을 새롭게 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입력시간 2000/04/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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