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출구조사 또 오보…항의 빗발13일 오후 6시‘땡’하는 시보소리와 함께 방송3사는 일제히 16대총선 출구여론조사 결과를 화면에 띄웠다.
정당과 후보 당사자들은 당장 개표결과가 나온 듯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그러나 오후 7시 개표가 시작된 직후부터 곳곳에서 “어, 어…”하는 탄식들이 뛰어나왔다. 상황이 전혀 다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던 것.
이때부터 각 언론사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출구조사 결과만 보고 성급히 당선인터뷰까지 한 후보가 결국은 낙선하고마는 어처구니 없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4년전 15대 총선 해프닝의 어김없는 재판이었다.
■얼마나 빗나갔나
개표방송에서는 KBS 및 SBS가 소프레스·글로벌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미디어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社와, MBC는 한국갤럽과 공동으로 출구조사를 벌였다.
소프레스 등이 예측한 정당별 지역구 의석분포는 한나라당 95석, 민주당 112석,자민련 12석. 한국갤럽은 한나라당 100석, 민주당 107석, 자민련 12석 등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112석과 96석을 차지해 1·2당의 순서 자체가 뒤바뀌었다.
전체 의석분포를 맞히는 데는 MBC 쪽이 KBS-SBS 연합팀에 근소하게 앞섰으나 지역별 당선자 예측은 다소 뒤졌다. KBS-SBS가 발표한 1위 예상자와 당선자가 뒤바뀐 지역구는 전국 227개 선거구 가운데 21개였고, MBC쪽은 23곳이었다.
특히 KBS-SBS의 경우 서울 동작갑을 비롯한 7개 선거구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확실한’ 1위 후보가 2위로 밀렸는가 하면, 심지어 충북 청원에서는 출구조사 결과 3위로 꼽았던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다.
MBC측의 한국갤럽이 제시한 표본오차는 ±4.4%. 그러나 개표결과 무려 42.7%에 해당하는 97개 선거구 당선자의 실제 득표율이 예상득표율의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왜 빗나갔나
해당 여론조사기관들은 무엇보다 광범위한 응답거부층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13일 출구조사에서 응답을 거부한 사람은 중장년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면접대상의 30%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리서치측은 “한국적 특성상 야당지지자들은 지지후보를 숨기거나 응답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표소 300㎙ 이내에서는 출구조사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한 선거법 규정도 부정확성의 요인으로 들었다. 특히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투표소간 거리나 투표소에서 유권자의 집까지 거리가 300㎙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밖에 출구조사 대상 투표소 선택에도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코리아리서치 관계자는 “울산을 지역의 경우 50여개 투표소 중 6개를 골라 조사를 실시했는데 대표성이 떨어졌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홍두승(洪斗承)교수는 “지역별로 유권자의 심리성향을 미리 파악, 결과분석시 감안해야 하고 투표소와 대상자 추출시에도 대표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부정확한 출구조사 결과를 오차범위에 대한 지적도 없이 확실한 것처럼 보도한 방송사의 태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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