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이사람] 서울대의대 안규리교수‘I may not always be perfect, but I'm always me.’
“유학 시절 어느 잡지에서 오려놓은 구절이에요. 100%의 성인(聖人)은 존재할 수 없겠지만 절반의 성인은 노력하면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낄 줄 알아야 남을 도울 수 있어요.”
안규리(安圭理·45 내과) 서울대 의대 교수는 흰 가운만 걸치지 않았으면 ‘정말 의사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만큼 순박한 모습이다.
그의 천진한 성격은 다섯평 남짓한 서울대 병원의 사무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종이식(異種移植)이 전공인 안교수의 사무실 벽에는 인간에게 장기를 이식해 준 돼지, 새끼 라이거 사진들이 아기자기하게 걸려 있다.
동화 ‘인어공주’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삽화들까지 보여주며 “이들도 이종이식의 산물”이라고 미소짓는 안교수의 얼굴에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 듬뿍 배어있다.
안교수는 1997년부터 서울대 가톨릭교수회와 함께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 의료기관인 라파엘 클리닉을 설립, 사랑의 인술을 펼치고 있다.
매월 2회씩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 강당에서 개설되는 이 클리닉은 병을 안고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사막의 샘물과 같다. 안교수는 클리닉의 총무를 맡아 진료는 물론, 구호물품을 조달하고 각종 복지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안교수의 인생도 현실에 안주하는 안락한 삶은 아니었다. 모교의 병원에 남을 수 있었지만 1986년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의학연구기관인 샌디에이고 스크립스 연구소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 멕시코 국경 빈민수용소의 비참한 삶을 목격하고 89년부터는 아예 빈민촌에 상주하며 구호활동을 펼쳤다.
92년 귀국한 안교수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있음을 깨닫고 이들을 돕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김 전(金 典·생리학) 교수 등 서울대 가톨릭 교수 회원들과 대한적십자사의 후원을 받아 라파엘 클리닉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이곳에선 벌써 1만4,000여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이 따스한 온정을 나누어 받았다.
‘능력껏 얻어 성의껏 나눠주는 삶의 보람’을 강조하는 안교수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서로를 도울 수 있다면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새천년의 희망을 밝혔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김형태 변호사 추천의 변
‘새천년 이사람’시리즈 이번 회에 소개된 안규리 교수는 3월 25일 게재된 김형태 변호사가 추천했습니다.
추천이유:
안규리 교수는 신장전문의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무료진료활동을 통해 노동과 국경의 장벽을 허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최근 의약분업을 둘러싼 혼란스런 의료계의 현실을 비춰볼 때 안교수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랑의 인술을 실천해 온 진정한 의사라고 생각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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